[인터뷰] 신작 '원더풀 랜드'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트럼프 당선 후 분단된 가상의 미국 배경 소설
"민주주의, 당연하지 않아...깨지기 쉬운 화병"
‘2036년 미국이 두 나라로 분단됐다.’ 미국 소설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원더풀 랜드’는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빅 픽처’를 쓴 케네디는 새 소설 '원더풀 랜드'에서 미국을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 둘로 쪼갰다.
조국에 비판적인 작가로 잘 알려진 케네디이지만, 분단이라니. 소설이기에 가능한 극단적 시나리오일까. 케네디는 최근 한국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 동부와 서부 해안 지역에서 분리 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미국 대선에서 “미국인들이 정말 어리석게 도널드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 뽑는다면” 소설이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1·6 의사당 폭동에서 시작한 소설
케네디는 ‘원더풀 랜드’의 시작이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해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이 대선 결과 조작을 주장하며 국회의사당을 점령한 2021년의 1·6 폭동 사태였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제 아파트에서 스웨덴으로 여행을 떠나려고 짐을 꾸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친구가 전화를 걸어서 말했어요. ‘얼른 TV를 켜.’ TV에서는 당시 대통령이던 악한이 쿠데타를 시도하는 광경이 보였습니다.”
이 폭동을 본 친구의 “결국에는 때가 왔네. 미국의 나머지 지역은 보수 우파 멍청이들한테 주고, 동부와 서부 해안 지역은 따로 분리해야 해”라는 말이 케네디에게 이 소설을 쓰게 했다. 차기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언론이 “내전 수준의 정치 분열”(뉴욕타임스)을 우려할 정도로 갈등이 심각하다.
케네디는 이런 현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승리에서 기원했다고 본다. 트럼프 정부가 여성의 임신중단(낙태)과 이민 문제 등을 두고 퇴행하면서 주 정부의 성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정책을 펴는 분위기가 뚜렷해졌다는 것. 그는 “바로 그해에 세계 곳곳에서 우파 이데올로기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우리는 개인적인 자율을 잃었다”
‘원더풀 랜드’에서 미국은 '자유 보장'과 '기독교 원리주의'를 각각 기치로 내건 두 개의 국가로 찢어진다. 그러나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없다. 공화국연맹은 신성 모독죄를 범하거나 임신중지를 한 국민을 화형에 처하는 공포국가다. 연방공화국 역시 진보적으로 보이지만 온갖 과학기술로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케네디는 이런 설정을 두고 “이미 우리는 점점 사적인 영역을 잃고 개인적인 자율도 잃어가고 있다”며 “계속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케네디는 소설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쟁의 한복판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의 세계가 전체주의가 어디에서나 기승을 부리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독자들에게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예이츠의 시를 전했다. ‘세상이 무너져 내린다 / 중심은 지탱할 수 없다.’ 그러면서 당부했다. “우리는 1945년 이후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 왔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아주 깨지기 쉬운 화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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