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수 끝 WGBI 편입… 시장 위상↑
IMF 위기 이후 외환시장 폐쇄화
계좌 개설, 환전 독점 파격 해소
원화 '마통' 허용에 보고 완화도
'75조 원.'
한국이 전 세계 투자자가 신뢰하고 추종하는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 흘러들어 올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 규모다. 정부는 지수 편입 비율에 따라 기계적으로 배분되는 안정적 소극투자(Passive) 자금이 대거 유입돼 자본시장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장기적으로 채권시장뿐 아니라 주식시장도 부양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2022년 9월 관찰대상국 지위에 오르고 4수 만인 이달 9일 WGBI 편입에 성공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후 폐쇄적이 된 외환시장 구조를 외국인이 투자하기 쉬운 환경으로 바꾸려고 노력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WGBI 편입을 가능하게 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변화는 크게 네 가지 부분에서 이뤄졌다.
먼저 ①계좌 개설 완화 영향이 컸다. 원래는 해외 은행에 달러 계좌를 갖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국채를 사기 위해선 국내 은행에 외화, 원화 계좌를 각기 만들어야 했다. 첫 관문부터 신원을 검증하기 위해 고객 확인(KYC) 인증을 비롯해 법인인 경우 국내에 상임대리인(보관기관)을 선임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이 국제예탁결제기관(ICSD)인 유로클리어, 클리어스트림 등과 국채통합계좌 체계를 구축하면서 외국인이 별도 국내 계좌를 만들지 않고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무조건 외화, 원화 계좌를 한국의 한 은행에 갖고 있어야 했던 규제도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②환전 독점도 해소됐다. 앞서 이 규정은 거래 은행이 되면 독점하게 돼 환전 비용을 키우는 측면이 있었다.
또 ICSD 계좌에서 일시적으로 원화를 차입할 수 있게 해 ③시차 등에 따른 결제 관련 위험을 차단했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원화 '마이너스 통장'을 쓸 수 있게 허용해 준 것으로, 환전 문제로 증권 거래에 실패하는 사태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까다로웠던 ④보고 의무도 완화했다. 대신 ICSD가 투자자를 엄격히 검토해 정부에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정부는 선진 국채 대열에 합류한 만큼 내년부터 조달 자금을 친환경 사업에 쓰는 '녹색국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외국인 투자자의 수요가 예상된다. 곽상현 기획재정부 국채과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WGBI 편입으로 우리 자본시장 위상이 올라갔다"며 "녹색국채 발행 여건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실제 WGBI 지수 반영은 내년 11월부터지만 벌써 한국 국채 투자 의사를 보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기재부 외에도 국세청, 한국은행, 한국예탁결제원, 금융위원회 등 기관이 힘을 합쳐 외국인 투자자 기대에 부응했기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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