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피해 사법적 구조도 못 받다가
NGO 활동으로 한국 입국해 난민 신청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한국으로 피신 온 우간다 여성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1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모국의 뿌리 깊은 남성 중심 문화 탓에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보복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면, 난민협약이 규정하는 '박해 피해자'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손인희 판사는 우간다 국적 여성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5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모국 정부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어 난민 요건을 갖췄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난민법상 '난민'의 정의는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받을 수 있다는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하여 △모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또는 돌아갈 수 없거나 원치 않는 무국적자)을 말한다.
A씨에 따르면, 비정부기구(NGO)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2년 결혼했다. 부부 사이가 나쁘지 않았지만, 첫아이를 출산하고 2014년 직장에 복귀하려 하자 이를 반대한 남편의 손찌검이 시작됐다. 남편 몰래 출근하려다 걸려 전깃줄로 채찍질을 당하고 목이 졸려 입원하기도 했다.
A씨는 우간다에서 경찰 이전 단계의 사법적 역할을 맡는 지방의회에 피해사실을 신고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고 한다. 지방의회는 "다시 아내를 폭행하면 수감될 것"이라고 남편에게 경고하면서도 "아내는 무조건적으로 남편에게 복종해야 하니 근로활동을 중단하라"고 결론 내렸다.
계속되는 폭력을 참다못해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온 A씨는 2018년 자신이 근무하던 NGO 대표로 한국에 입국했다. 그러자 남편은 "내 명령을 어긴 채 일을 하러 갔다"며 "넌 나의 소유물이고 네가 살아서 돌아온다면 너를 죽일 것"이라는 메일을 보내 협박했다.
A씨는 이런 메일을 증거로 들어, 2018년 12월 출입국 당국에 자신을 난민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했다. 당국은 약 2년 뒤 "난민지위협약에서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란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우간다 여성들이 처한 법적∙문화적 현실에 주목해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간다에선 여성이 남편 뜻에 따르지 않을 경우 대가를 치르게 하는 규범이 형성돼 있다"며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효과적인 사법적 보호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폭력 주체가 '사인'이라 난민 인정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A씨의 가정폭력 피해는 국가의 방치 속에서 존속돼 온 구조적 문제"라면서 "이는 A씨의 행복추구권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등 핵심적 기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협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 이후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 측이 항소해, 사건은 2심 판단을 받게 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