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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단으로 한숨 돌린 고려아연 VS 물러설 리 없는 영풍·MBK…싸움은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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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단으로 한숨 돌린 고려아연 VS 물러설 리 없는 영풍·MBK…싸움은 2라운드

입력
2024.10.22 08: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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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영풍·MBK가 낸 2차 가처분 신청도 기각
영풍·MBK 측, "본안 소송에서 다퉈 보겠다"
최 회장측, 공개매수 계획대로 진행 후 우호지분 확보 나설 듯
양측 여론전·소송 등 장기간 이어갈 듯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이 9월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이 9월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법원이 21일 고려아연의 자기주식(자사주) 공개매수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자사주 공개 매수 등으로 고려아연 경영권을 지키려는 최윤범 회장은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영풍·MBK파트너스(MBK) 측은 법원 결정을 받아들이면서도 본안 소송 등에서 싸워 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물러서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영풍·MBK 연합이 두 번에 걸쳐 낸 가처분 신청은 최 회장 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앞서 영풍은 9월 19일 고려아연을 상대로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 기간(9월 13일~10월 4일)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사들일 수 없게 해달라는 취지다. 법원은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사들일 자격이 된다고 판단해 이달 2일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영풍은 기각 당일 다시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이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려는 것은 최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배임'이라는 주장이 추가됐다. 고려아연은 "외부 세력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이번에도 법원은 최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결정 직후 최 회장 측은 우호 세력인 베인캐피탈과 함께 23일까지 전체 주식의 최대 20%에 해당하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확보한 자사주를 즉각 소각해 최 회장 측 지분 비율을 높일 방침이다.

영풍·MBK는 14일 마감한 공개매수에서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해 유리한 위치(38.47%)를 선점했다. 이는 우호 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율인 33.99%보다 4.48%포인트 높은 것이다. 최 회장 측이 공개 매수에 목표치를 달성하면 지분율은 최대 36.49%로 높아져 양측 차이는 2%포인트 이내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 모수가 줄어들어 최 회장 측 지분은 40.27%까지 높아지지만 영풍·MBK 지분도 42.74%까지 함께 높아져 격차가 좀 더 벌어진다.

다만 어느 쪽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장내 매수, 우호 지분 확보 등을 통한 경영권 분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 경우 7.83% 지분을 쥔 국민연금이 중요한 키를 잡게 된다.



영풍·MBK, 법적 대응·주총 표대결 전방위 공세 펼 듯

장형진 영풍 고문이 9월 24일 서울 종로구 영풍빌딩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형진 영풍 고문이 9월 24일 서울 종로구 영풍빌딩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풍·MBK 측은 곧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가처분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함과 동시에 향후 손해 배상 청구, 업무상 배임 등 본안 소송을 통해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에 대해 자기주식 공개 매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총 표 대결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점도 활용해 전방위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13인 중 최 회장 측 12인에 대항해 12인 이상의 새 이사를 이사회에 포함시켜 경영권을 가져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치권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가 있는 울산 지역 사회 여론은 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우려로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형성돼 있다. 1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사모펀드로서 MBK가 인수한 기업들에 대한 이력을 문제 삼는 국회의원들의 비판과 우려가 이어졌다.

한편 이날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 고려아연 주가가 급반등하는 등 관련 종목 주가가 하루 종일 급변동했다. 이날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보다 6.43% 오른 87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고려아연이 제시한 공개 매수가 89만 원에 육박한 수준이다. 장 초반 7.65% 하락하기도 한 고려아연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한때 7.89%까지 뛰어오르며 역대 최고가인 88만9,000원을 찍었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쥐고 있는 영풍정밀도 법원 결정 후 급등해 전 거래일보다 9.71% 오른 2만4,8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최 회장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 3만5,000원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는 이날 끝났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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