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변상일 9단 vs 백 신진서 9단
본선 4강전
[33]
바둑의 본질은 점유율에 관한 협상 게임이다. 바둑판 전체에서 누가 더 많은 공간을 점유했는지를 따져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점유 방식이 흥미로운 점은 가장 안전하게 이기기 위해선 상대방과의 격차가 적을수록 좋다는 점이다. 매 득점을 따지는 점수 방식은 무조건 많은 득점을 위해 달려들지만, 점유는 큰 차이를 내려고 할수록 위험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 두는 ‘좋은 수’의 초점은 차이를 벌리는 것이 아니라 절반을 차지하는 것에 있다. 프로기사들 역시 한 판의 대부분은 이런 수로 채워나간다. 판단은 다르더라도 각자 자신의 기준선 안에서 해당 지점을 찾는다. 형세판단 역시 내가 얼마나 얻어내야, 혹은 어디까지 내주어도 51%를 점유할 수 있을지에 관한 능력이다. 평소 욕심으로 무리하다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면 이런 마음가짐으로 대국하는 게 좋다.
백1은 대세점. 변상일 9단은 흑4로 중앙을 밀어갔지만 확실히 압박감이 덜하다. 신진서 9단은 백5에 한 칸 뛰며 상변을 간접 보강한다. 이때 흑6에 이어 놓인 흑8이 변상일 9단의 전매특허. 얼핏 봐도 날카로운 초강수에 백은 백9, 11로 후퇴. 하지만 백11이 다소 엷은 지킴이었다. 5도 백1로 꼿꼿이 뻗는 수가 정수. 흑2, 4에 돌이 오더라도 손을 빼는 게 가능한 형태. 실전 흑12에 마찬가지로 단수 교환을 했다간 백9와 백11 사이 끼움수가 성립한다. 흑18에 흑 돌이 놓이며 중앙 흑 세력의 힘이 강해졌다. 흑22 역시 좋은 감각. 백은 우변과 중앙 일대 흑 세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백23은 당연한 침입. 이때 흑24, 26에 실리적으로 대응한 백27이 시선을 끈다. 보통은 6도 백1, 3으로 연결하는 형태. 과연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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