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한국투자공사
사택 비용 쓰이는 세금 연 48억 원
외교부에 비해 두둑한 근무수당
성과 평가 기준은 '헐렁'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투자공사(KIC)가 해외 파견 직원을 위한 주택 임차료로 연 48억 원가량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화로운 복지 수준에 비해 성과 관리는 한참 미흡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의 경우 미국(뉴욕·워싱턴), 일본(도쿄) 등 주요 국가부터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등 개발도상국까지 29개국 31개 도시에 59명의 해외 근무 직원을 파견 중이다. 한국투자공사는 미국(뉴저지·뉴욕·샌프란시스코), 영국(런던), 싱가포르, 인도(뭄바이) 등 주요 국가 6개 도시에 해외 근무 직원 22명을 파견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해외사택 임차료, 국외 근무수당(체제비), 연 1,200만 원 상당의 자녀 학자금 등이 제공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해외주택 임차료다. 수출입은행은 59명의 임차료로 월 2억9,100만 원, 투자공사는 22명의 임차료로 월 1억600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1년 단위로 환산하면 총 47억6,000만 원이다.
특히 수출입은행의 베트남 사택 중 한 곳은 수영장이 구비된 국내 5성급 호텔기업의 레지던스로, 파견 직원의 가족 3명이 함께 거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리랑카 콜롬보의 사택도 211.57㎡(64평)에 5성급 호텔 수준이었다.
국외 근무수당 역시 공무원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외교부는 월 380만 원을 지급하지만, 수출입은행은 거의 2배에 달하는 730만 원을 지급한다. 인도의 경우, 외교부는 월 370만 원을 지급하는 데 비해 투자공사는 590만 원을 지급하는 등 모든 국가에서 외교부 기준을 한참 상회했다.
호화사택에 두둑한 근무수당... 성과 평가 기준은 '헐렁'
이들 공기업은 해외 파견 근무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면서도 성과는 제대로 측정조차 하지 않았다. 수출입은행과 KIC는 현지 네트워크 강화, 사업 발굴 및 지원, 현지 정보 수집 등의 목적으로 해외 근무 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그런데, KIC는 모든 투자를 본사와 공동으로 관리한다는 이유로 해외 근무 직원의 실적 자체를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수출입은행은 해외 근무 직원의 해외사무소별 성과 목표를 되레 하향 조정했다.
정일영 의원은 “해외 근무지에서 공공 재원으로 호화사택에 살며 높은 국외 수당을 받는 것은 정부의 경제 실정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우려가 크다”며 “이들이 해외에서 국익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공공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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