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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 이어 레바논서도 '병원 표적 공격'... "대피령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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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 이어 레바논서도 '병원 표적 공격'... "대피령도 없었다"

입력
2024.10.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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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병원 벙커에 헤즈볼라 자금 수천억 원"
이스라엘 떠들썩한 브리핑... 병원 "거짓 주장"
이후 주변 공습에 인근 병원서 사망·부상 속출

이스라엘방위군(IDF)이 21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알사헬 병원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은신처 및 금품 은닉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며 공개한 그래픽 자료. IDF 엑스(X) 계정 캡처

이스라엘방위군(IDF)이 21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알사헬 병원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은신처 및 금품 은닉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며 공개한 그래픽 자료. IDF 엑스(X) 계정 캡처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병원들을 거침없이 공격하고 있다. '보통의 병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의 은신처 또는 금품·무기 보유고라는 게 이스라엘의 설명이다. 지난 1년간의 가자지구 병원 무차별 공격 때 보였던 패턴을 레바논에서도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장 시설'로 지목된 병원 측은 "근거 없는 거짓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설령 이스라엘 주장이 맞다 해도, 마지막 순간까지 보호돼야 할 인도주의적 공간을 파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병원=헤즈볼라 위장 시설'이라는 이스라엘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브리핑에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 다히예 지역의 알사헬 병원을 '헤즈볼라 시설'이라고 규정했다. 해당 병원 지하는 △지난달 27일 숨진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은신하던 곳이었고 △지금은 헤즈볼라가 부당하게 축적한 금품을 보관하는 시설로 쓰이고 있다는 게 IDF 발표의 골자다. IDF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병원 지하 벙커 안에 5억 달러(약 6,900억 원) 상당의 금과 현금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알사헬 병원은 "공격 정당화의 구실"이라고 맞받았다. 파디 알라메 병원장은 "우리 병원에는 터널, 벙커가 없다. 지난 42년간 운영하며 어떤 정치 단체와도 연계하지 않았다"고 CNN에 말했다. 레바논 정규군과 국제기구, 언론들을 향해 "직접 와서 보라"고도 했다. 실제로 IDF는 알사헬 병원 및 주변 건물과 함께 벙커 추정 위치를 표시한 그래픽 등을 공개했을 뿐, '헤즈볼라 시설' 주장을 입증할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21일 레바논 베이루트의 라픽하리리 병원 앞에 이스라엘군 공습 이후 긴급 출동한 구조대원과 구급 차량이 몰려 있다. 베이루트=EPA 연합뉴스

21일 레바논 베이루트의 라픽하리리 병원 앞에 이스라엘군 공습 이후 긴급 출동한 구조대원과 구급 차량이 몰려 있다. 베이루트=EPA 연합뉴스


"대피령 없이 공습"... 가자처럼 병원 초토화하나

게다가 알사헬 병원에 대한 IDF 발표는 결과적으로 '공격용 명분 쌓기'에 가까웠다. 브리핑 직후 병원에 대피령이 내려졌고, 병원 주변에 IDF의 공습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알사헬 병원은 이번 공격을 피했으나, 2㎞가량 떨어진 라픽하리리 병원이 직격탄을 맞았다. IDF의 라픽하리리 병원 공습으로 어린이 1명 등 4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밝혔다. 특히 이스라엘은 공격 전 대피 명령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CNN은 21일 이스라엘 공습 지역과 대피령 발령 지역을 자체 분석했다며 "라픽하리리 병원 주변에서는 '출입 금지' 등 안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레바논 의료 체계의 붕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위장 시설'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병원들을 무자비하게 파괴한 전력이 있다.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병원 등을 공격할 당시 "병원 안에서 하마스 무기들이 발견됐다"며 정당화한 게 대표적이다.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지상전 무대인 레바논 남부에선 이미 상당수 병원의 기능이 마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라메 병원장은 "IDF는 가자지구 공격 때와 비슷한 주장을 하면서 이제 레바논 병원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헤즈볼라 은행 테러 조직 지정"... '돈줄 죄기'도 속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기반 파괴·재무장 방지를 위해 '돈줄'을 죄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IDF는 전날 헤즈볼라 연계 은행인 '알카르드 알하산' 지점들을 폭격한 데 이어, 이날 추가 공격도 예고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21일 해당 은행을 '테러 조직'으로도 규정했다. IDF는 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차량 표적 공습을 통해 이란과 헤즈볼라 간 금전 거래 담당자 등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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