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내 '상고하저' 미리 반영했을 가능성"
IMF "미국, 실질임금 상승에 따른 소비 개선"
세계 경제 둔화 위험...유연한 통화정책 필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2.5%로 유지한 반면, 미국은 2.8%로 0.2%포인트 높여 잡았다. 한국의 성장 동력이 주춤하는 사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6배 더 큰 미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구조 개혁을 이끌어내며 성장률 격차를 더 벌리고 있었다.
IMF는 22일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7월과 같은 2.5%로 유지했다. 2025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2.2%) 역시 7월과 같았다. IMF는 매년 네 차례(1·4·7·10월) 경제 전망을 내놓는다. 1월과 7월에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30개국을 대상으로 전망치를 내놓고, 나머지는 전 회원국이 대상이다. IMF의 이번 전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와 같았고, 정부(2.6%)와 한은(2.4%)과는 0.1%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한국 성장률 전망을 유지한 것은 국내 경제 상황이 크게 나빠지거나 나아질 요소가 없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는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에서 좋은 흐름을 보였지만 국내 소비는 답답했고, 건설 투자 역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하반기에는 수출마저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도 고려 요소가 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IMF의 세계경제전망에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설명이 없어 추정만 할 뿐"이라면서 "IMF가 7월 전망 때 이미 국내 경제 추세인 '상고하저'를 예측해 반영했거나 하반기 상황이 크게 좋아질 것도, 나빠질 것도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IMF는 올해 미국 성장률에 대해 "실질임금 상승에 따른 소비 개선 등으로 상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 역시 2.2%로 직전(1.9%)보다 0.3%포인트 올렸다. 선진국 그룹(미국, 한국, 영국, 독일, 일본 등 41개국)의 내년 성장률(1.8%)과 비교해도 소폭 높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저출생·고령화를 겪고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이민자 유입으로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같은 신산업이 등장해도 기업들이 활발히 진입할 수 있는 유연한 경제 구조를 갖추고 있어 미국은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7월과 동일하게 3.2%로 전망했다. 영국(1.1%), 프랑스(1.1%), 스페인(2.9%) 등 유럽 대부분 국가들의 성장률도 통화정책 완화의 영향으로 상향 전망했다. 다만 제조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독일은 성장세가 둔화(0.2%→0.0%)할 것으로 봤다. 일본 성장률도 앞서 0.7%에서 0.4%포인트 낮춘 0.3%으로 전망했는데, 자동차 생산 차질 등 부정적 요인이 반영됐다.
IMF는 세계 경제가 둔화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시행했던 금리 인상과 같은 긴축적인 정책들이 각국의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봤다. IMF는 물가, 경제 성장, 일자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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