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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외모 차별' 물의 애버크롬비 전 CEO, 남성 모델 성착취 혐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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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외모 차별' 물의 애버크롬비 전 CEO, 남성 모델 성착취 혐의까지

입력
2024.10.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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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 조롱 티셔츠·"뚱뚱한 고객 싫다"
'혐오 논란' 몰고 다니던 마이클 제프리스
재임 중 최소 15명 성착취한 혐의로 기소

마이클 제프리스(맨 오른쪽) 전 애버크롬비 CEO가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법원 청문회를 마치고 걸어 나오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P 연합뉴스

마이클 제프리스(맨 오른쪽) 전 애버크롬비 CEO가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법원 청문회를 마치고 걸어 나오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P 연합뉴스

미국 캐주얼 의류업체 애버크롬비의 전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제프리스(80)가 과거 남성 모델 최소 15명을 성착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패션 기업 대표라는 지위를 악용해 커리어를 쌓으려는 남성들에게 성관계를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서다. 인종·외모로 노골적인 차별을 일삼아 뭇매를 맞은 그의 과거 언행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프리스, '국제 성매매 조직' 운영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뉴욕동부지검은 이날 제프리스를 인신매매·성매매 등 16개 혐의로 체포, 기소했다고 밝혔다. 함께 성착취를 저지른 제프리스의 파트너 매슈 스미스(61)와 피해자들을 모집한 제임스 제이컵슨(71)도 나란히 기소됐다.

1992~2014년 애버크롬비 CEO를 지낸 제프리스는 재임 당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남성 모델들을 상대로 성관계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제프리스는 '국제 성매매 조직'을 운영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모델들에게 성관계가 목적인 파티에 참여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참석한 남성들에게 성관계의 대가로 돈을 건넨 것이다. 제프리스는 남성들을 참석시키기 위해 파티의 목적을 속이거나 커리어에 지장을 주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스미스 역시 이런 성착취를 함께 저질렀고, 남성 모델을 모집한 제이컵슨은 채용 과정에서 성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소장에 나열된 남성 피해자가 최소 15명이라고 전했다.

제프리스의 '성착취 논란'은 1년 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국 BBC방송이 지난해 10월 제프리스가 성적 목적으로 주최한 파티와 연관됐거나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남성 12명과 인터뷰해 그의 성착취 의혹을 보도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애버크롬비에서 모델로 일했던 남성이 제프리스로부터 성착취를 당했다며 그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고객만 원해" 과거 발언도 재조명

마이클 제프리스 전 애버크롬비 최고경영자(CEO)가 2009년 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연례 전미소매업연맹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뉴시스

마이클 제프리스 전 애버크롬비 최고경영자(CEO)가 2009년 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연례 전미소매업연맹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뉴시스

'혐오 논란'을 몰고 다녔던 제프리스의 전력도 주목받고 있다. 그가 CEO로 재임하던 2002년 애버크롬비가 출시한 그래픽 티셔츠는 아시아인 조롱 논란에 휩싸였다. 베트남 전통 모자를 착용한 눈이 작은 남성이 서툰 영어를 하는 듯한 모습이나, 아시아인을 묘사한 그림과 '웡 형제가 하얗게 해드립니다'라는 문구 등 인종차별적인 표현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제프리스 본인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는 매장을 입점조차 하지 않겠다", "뚱뚱한 고객이 들어오면 물을 흐리기 때문에 엑스라지(XL) 이상의 여성 옷은 팔지 않는다", "젊고 마르고 아름다운 고객만 원한다" 등 인종·외모 차별 망언을 쏟아냈다.

애버크롬비의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하고 사업이 기울자 결국 제프리스는 2014년 회사를 떠났다. 이후 후임 CEO 프랜 호로비츠가 유색인종 모델을 적극 기용하고 매장 분위기를 바꾸는 등 기업 이미지 변신을 꾀하면서 애버크롬비는 재기에 성공했다.

제프리스의 변호사 브라이언 비버는 "미디어가 아닌 법원에서 이러한(성착취) 주장에 대응할 것"이라며 사건에 대해 말을 아꼈다. 애버크롬비 측은 이 일에 대해 "끔찍하고 혐오감을 느낀다"고만 밝혔으며 더 이상의 논평은 거부했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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