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위증교사·선거법위반 혐의)가 나오는 11월 15일 이전에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김 여사 관련 3대 요구안이 묵살되자 시한을 못 박아 최후 통첩에 나선 것이다. 한 대표는 이 대표 선고를 해도 김 여사 문제가 모든 국민이 모이면 얘기하는 ‘불만 1순위’라면 민심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국민 다수의 생각과 다르지 않은 상식적인 말이긴 하다. ‘윤한 회동’이 맹탕으로 끝났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영역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집권당 대표의 책무일 것이다. 그럼에도 한 대표의 발언은 여권 분열을 각오한 점에서 '마이웨이' 선언이나 다름없다. 당정관계와 친한과 친윤 갈등도 분기점을 맞고 있다.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에 새 방향을 제시했는데 고무적이다. 민주당이 반대하는 북한인권재단 이사의 추천이 먼저라는 윤 대통령 의견에 개의치 않고 야당과 진행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가족 비위를 감찰하기 위한 특별감찰관은 여론이 공감하는 최소한의 조치에 속한다. 이에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운영과 관련된 원내 사안은 의원총회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밝혀, 당내 충돌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 문제로 친윤과 친한이 부딪히면 외려 대통령의 국정기반만 위태로워질 수 있다. 국민 지지와 무관하게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는 대통령과,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르겠다”는 여당 대표의 말을 대비하면 국민은 한 대표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한 대표는 초유의 당정 충돌과 별개로 국회에서 협치의 물꼬를 트고 현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해 가야 한다. 그 핵심은 김 여사 특검법 추진에 전향적 입장을 실천하는 일이다. 정치생명을 걸고 대통령과 맞서는 그가 여론 지지를 받는 특검법을 마냥 저지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 당내 반발을 설득해 공정한 제3자 특검 추천이 포함된 여당안을 발의해야 한다. 여야 합의를 명문화하거나,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도록 민주당과 협상할 필요도 있다. 한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 제3자 추천안을 공약하고도 이행하지 않았다. ‘국민 눈높이’를 말한 뒤 정치 상황에 따라 그 높이를 달리하는 단견 정치도 더는 없어야 한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