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우린 반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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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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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파티에 갔다가 남녀가 첫눈에 반한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 문제는 두 사람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거다. 남자는 랍비다, 여자는 유대교는커녕 성스러운 삶 자체에 관심이 없다. 대신 ’성(性)‘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를 여동생과 함께 진행하며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한다. 마라톤 출발점과 결승점 거리처럼 정서적으로 멀고도 먼 두 사람,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①정통 유대인이라는 장벽
랍비 노아(애덤 브로디)는 정통 유대인 집안 출신이다. 부모는 동족과 전통을 중시한다. 노아는 유대인 연인 리베카(에밀리 아룩)와 오래 사귀었으나 결혼을 앞두고 막 헤어졌다. 조앤(크리스틴 벨)을 파티에서 만난 건 이별 직후다. 조앤은 노아에게 마음이 갔는데, 그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말을 듣고 충동적으로 노아를 만난다. 사랑이 뜨겁게 불타오를 만한 시점. 둘 사이를 가로막은 문화와 종교의 장벽은 높고도 두껍다.
노아 어머니는 조앤을 ‘시크사’라고 부르며 윤락녀 취급을 한다. 노아의 형수 에스더(재키 톤)는 리베카의 친구로 조앤에게 적대감을 드러낸다. 노아의 부모는 리베카를 천상 며느릿감으로 여긴다. 노아와 조앤의 사랑은 물에 젖은 장작이 될 처지다.
②밀당 대신 재치 가득한 연애
‘우린 반대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비련을 그리지 않는다. 문화적 차이와 종교적 이유로 빚어지는 여러 해프닝을 에너지 삼아 달콤한 웃음들을 만들어낸다. 비속어가 종종 나오고, ‘19금 유머’가 자주 등장해도 천박하거나 저속하지 않다.
노아와 조앤은 딱히 밀고 당기며 사랑을 확인하지 않기도 한다. 그들은 잠시 서로를 오해해도 금세 마음을 연다. 둘끼리 싸우고 갈등하며 애증의 관계를 만들기에는 주변 환경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리라. 고뇌가 없지는 않다. 노아는 직업적 이유로, 조앤은 종교적 이유로 아주 짧게 사랑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다.
③사랑스러운, 이토록 사랑스러운
노아와 조앤의 알콩달콩 사연은 사랑스럽고도 사랑스럽다. 이들의 사랑에 슬쩍 긴장감을 불어넣어주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조연들 역시 웃기면서도 사랑스럽다. 어딘가 모자란 듯한 노아의 형 사샤(티머시 사이먼스), 어수선하고 수다스럽지만 위기의 조앤을 늘 구하고는 하는 여동생 모건(저스틴 루피)이 제조해내는 재미가 특히나 꽤 쏠쏠하다.
다민족 다문화 미국 사회에 형성된, 보이지 않는 국경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에 국경은 없기 마련. 더구나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땅에 사는 이들에게 민족과 문화는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게 하는 통로일 수 있다. 어쩌면 조앤은 노아라는 남자를 사랑하며 유대교와 유대민족이라는 별천지를 알게 되는 건지 모른다.
뷰+포인트
각본가 에린 포스터가 자신의 경험담을 밑그림 삼아 쓴 각본을 영상화했다. 지난 9월 공개된 후 시즌2 제작이 지난달 바로 발표됐을 정도로 시청자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었다. 노아와 조앤이 주고받는 대사가 농밀하면서도 재치 가득하다. 사랑을 이미 경험하고 성장과 성숙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남녀의 말들에는 치기와 배려와 질투와 용기가 담겨 있다. 마냥 달콤하거나 유쾌하기보다 노아와 조앤의 복잡다단한 마음이 스며있기에 보는 이의 마음이 더 움직이는 듯하다. ‘유대인 미남’을 연기하는 브로디의 차분한 목소리가 매력적이기도 하나, 천진무구한 벨의 면모가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4%, 시청자 86%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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