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미영 작가의 '들개왕'
강아지 ‘달’의 아빠는 ‘들개왕’을 찾겠다며 집을 떠났다. 들개왕은 개들의 옛 조상인 푸른 늑대의 마지막 후예. 바람처럼 빠른 사냥, 보름달이 뜨는 날 언덕 위에서 부르는 '푸른늑대의 노래'가 전설처럼 전해지는 들개다. 초등학교 고학년생을 위한 장편동화 ‘들개왕’은 아빠처럼 들개왕을 가슴에 품고 사는 강아지 달이의 여정을 따라간다.
달이의 엄마는 아빠와 정반대다. 주인이 마련해주는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배를 든든히 하고 살면 됐지 그깟 들개왕의 노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며 아빠를 따라 나서지 않았다. 다른 집에 팔려간 달이는 아늑한 아파트에 산다. 하지만 영역 표시를 하면 대소변을 못 가린다고 혼나고, 자연의 냄새조차 마음껏 맡지 못하는 곳에 좀체 적응하지 못한다. 달이를 키우는 주인들은 차례로 ‘해피’ ‘흰둥이’ ‘호프’라는 이름을 지어주지만 결국 그 이름으로 불리길 거부한다.
달이가 조심스레 발디딘 자연에는 자유가 있었다. 하지만 죽음의 그림자가 끈질기게 달라붙는 곳이기도 했다. 몸을 다친 불쌍한 새끼 새를 잡아먹지 않으면 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곳에서 달이는 사냥을 배우며 생존한다. 결국 꿈에 그리던 늑대왕을 만나 그의 무리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바람 같은 사냥이나 노래는 구경도 할 수 없었고,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의 비겁함을 발견한 달이는 천천히 깨닫는다. 굳이 들개왕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바람처럼 사냥하고 언덕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내가 하면 되니까.
책읽는곰 출판사의 제1회 어린이책 공모전 장편동화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