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ATTU 주니어 대회부터 준비할 듯
"스포츠는 스포츠…" 한국도 반대 안 해
北도 김택수 수석부회장 선정에 협조
정부와 대한탁구협회가 최근 북한이 평양 개최를 확정한 국제 탁구대회에 우리 선수단 파견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와 북한군 러시아 파병 등으로 한반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탁구 대회를 통한 이른바 ‘핑퐁 대화’ 등 교류의 길이 열린 것이다.
2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탁구협회는 평양 개최가 확정된 2026 아시아 청소년대회와 2028년 아시아선수권 대회에 불참보다 파견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2년 뒤에는 탁구 유망주들이, 4년 뒤엔 2024 파리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신유빈(20·대한항공)을 비롯한 한국 탁구의 간판 선수들이 평양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이 암묵적으로 양보하며 참가에 무게를 실었다. 두 대회의 평양 개최는 지난 12일(한국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아시아탁구연합(ATTU)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확정됐는데, 이 자리에선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의 ATTU 수석부회장 임명안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파리서 들뜬 北… 국제대회 개최 의지 컸다"
총회 과정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두 대회에 대한) 개최 의지가 워낙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며 “두 대회를 한꺼번에 개최한 점도 이례적으로, (혼성복식 은메달을 딴) 파리올림픽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목적 같다”고 전했다.
실제 총회에 참석한 김 부회장은 “북한 대표단이 총회 전날 한국 대표단도 묵는 호텔 로비에서 카릴 알 모한나디 ATTU 회장을 만나 단독 입후보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안다”며 “카릴 회장이 총회를 앞두고 북한 개최에 혹시 반대 의사가 있는지 확인해 오자 ‘스포츠는 스포츠, 정치는 정치’라며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면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국 이튿날 총회에서 우리는 북한의 개최를, 북한은 김 수석부회장 선출을 반대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김 부회장 임기 내에 우리 선수단이 평양에 방문할 계기가 생겼다. 김 부회장은 “(북한이 개최한) 두 대회는 개최국이 모든 회원국을 초청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개최권이 박탈된다”며 “북한도 이런 상황을 모두 알고 개최 신청에 나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선수단도 2026 주니어 대회와 2028년 성인 대회에 출전해야만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자격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평양 개최 대회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게 김 부회장 설명이다.
남북관계 개선 긍정적 신호…北 진짜 의도는?
정부와 탁구계, 대북전문가들 모두 북한의 이번 국제대회 유치가 남북 관계 개선을 향한 ‘긍정적 신호’라는 데 무게를 둔다. 통일부 관계자는 “아직 시간은 남았지만 단절 해소의 모티브(계기)는 마련된 셈”이라고 봤다. 김 부회장도 “탁구는 미국과 중국의 단절도 허문 스포츠”라며 내심 한반도판 ‘핑퐁 외교’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반도 긴장 완화에 좋은 징조인 점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이 이번 대회를 체제 선전의 수단으로 철저히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대회 출전 기회를 놓고 우리 선수단에 몽니를 부리거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강조하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실제 북한은 두 대회 개최 소식을 아직까지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보도하지 않아 ‘발표 타이밍’을 재는 분위기다. 김 교수는 “북한으로선 세계 대회 유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기를 잴 것”이라며 “두 대회를 통해 되레 남북 간 단절을 명확히 하고, 한국을 의도적으로 ‘참가국의 일부’로 여기며 정상 국가임을 강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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