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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60대 주류는 가라"… 친윤·친한 갈등에 깔린 '세대 간 헤게모니'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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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60대 주류는 가라"… 친윤·친한 갈등에 깔린 '세대 간 헤게모니' 다툼

입력
2024.10.28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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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주변 참모 및 친윤계 대부분 60대 이상
"당내에선 50세도 '애' 취급"에 불만
73년생 한동훈이 세대교체 상징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근에서 열린 '역면접x국민의힘, 2030이 묻고 정당이 답하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근에서 열린 '역면접x국민의힘, 2030이 묻고 정당이 답하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70년대에 태어나 쉰이 다 돼가지만, 이 당에선 여전히 '애'입니다. 지금 당정 간 주도권 다툼에는 세대 간 헤게모니 싸움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친한동훈계 국민의힘 당직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빈손 회동'을 계기로 친윤석열(친윤)계와 친한동훈(친한)계 갈등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통령실 특별감찰관(특감) 추천 여부까지 표면적 이유로 부상했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60대 영남 관료 중심의 여권 주류 세력에 대한 반발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전문직 출신들이 1973년생 한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해 헤게모니 주류교체 싸움에 나섰단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27일 "김 여사 문제 등 여권의 리스크를 대하는 주류 친윤계의 방식에 대한 불만이 빈손 회동을 계기로 임계점에 다다른 것"이라며 "친윤계가 이 문제를 조용히 묻고 가자는 입장이라면, 친한계는 가시적인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단 것"이라고 전했다.

여론에 민감한 1970·1980년대생들이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한 대표 주변에 모이다 보니, 60대 이상 관료 출신의 윤 대통령 호위 그룹과 세대교체 성격도 띠게 됐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금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건 아재들, 86세대"라며 "물러날 때가 한참 지났다"고 말했다. 한 친한계 핵심 의원도 "당에 들어와 보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모습들이 너무 많더라. 자연스럽게 한 대표 중심으로 젊은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이라며 "친한계라기보다는 혁신계나 쇄신계로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실제 친한계엔 당내 비주류 젊은 인사들이 많다. 특감 임명과 관련, 앞장서 의원총회를 요구한 배현진(41)·박정훈(53) 의원이나 한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시절 비대위원을 지난 한지아(46) 수석대변인 등이 모두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났다. 지난 22일 친한계 긴급 만찬 자리에 모인 20명 의원 가운데 절반 가까운 9명이 1970·1980년대생이다. 국민의힘에서 1970년 이후 태어난 의원은 28명으로 4분의 1 정도에 그친다. 핵심 당직자인 서범수(61) 사무총장, 박정하(58) 비서실장, 신지호(61) 전략기획부총장 등은 1960년대생이지만 그간 비주류로 꼽혔다. 당 대변인단의 경우 이 같은 경향성이 더욱 짙게 드러난다. 곽규택(53)·한 수석대변인 모두 1970년대생이고 8명의 대변인단 중 60년대생은 2명뿐이다. 윤희석(53)·정광재(49) 대변인 등 1970년대생과 송영훈(41)·김준호(36) 대변인 등 1980년대생도 적극 기용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수도권에 도전했지만 낙마한 이들이 많다.

실제 이들 젊은 세대가 한 대표 취임 전후로 기존 주류 세력과 국지전을 벌이는 모습은 자주 관측됐다. 총선 직후 친한계 배현진·박정훈 의원이 주축이 돼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반대했던 모습이나, 최근 친윤계가 김혜란(48) 대변인의 '배 나온 오빠' 발언을 문제 삼자 이를 적극 엄호한 박상수(45) 대변인의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대통령실 참모들이나 친윤계 의원들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최측근으로 꼽히는 대통령 비서실장만 해도 영남 관료 출신의 김대기(68)·이관섭(63)·정진석(64) 등 60대 이상이 중용됐다. 당에서도 21대 국회에서 40대 이용 전 의원이 친윤계 돌격수를 자처한 적 있지만, 22대 국회 들어 목소리를 내는 친윤계 인사는 추경호(64) 원내대표를 비롯해 권성동(64)·김기현(65)·이철규(67) 의원 등 대부분 60대 이상으로 4050대 의원들을 찾아보긴 힘들다.

공교롭게 한 대표와 대척점에 서 있는 여권의 대선주자급 인사인 홍준표(70) 대구시장과 오세훈(63) 서울시장, 나경원(61) 의원도 모두 60대 이상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친한계엔 비례대표 출신이나 원외 인사들이 많다"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당이 흘러갔다간 다음 총선에서도 낙선할 게 뻔하단 생각에 한 대표에게 기대를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 낙선한 한 인사는 "국민의힘 하면 아직도 생각나는 정치인은 홍준표 오세훈 나경원"이라며 "20년 넘게 이들이 간판인 정당으로 무슨 선거에서 이기겠느냐. 당장 민주당의 20년 전과 비교해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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