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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보내는 마지막 충고

입력
2024.10.29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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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서부지구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시찰할 때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김 부총참모장이 북한군 파병 부대 총책임자 자격으로 최근 러시아에 입국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서부지구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시찰할 때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김 부총참모장이 북한군 파병 부대 총책임자 자격으로 최근 러시아에 입국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최근 백악관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투입되면 "싸우다가 죽거나 다치는 북한 병사가 발생할 가능성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10월 23일 북한군 파병이 사실임을 확인하면서, 존 커비 백악관 보좌관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투에 투입될 경우 우크라이나의 "정당한 표적"이 될 것이라고 덧붙인 것이다. 10월 24~25일에는 러시아와 북한도 병력 지원을 시인하면서, 북한군에 다수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북한은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이익을 얻고 싶어서 파병까지 한 모양이지만,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투입된다면 다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북한군을 교육시키고 있는 러시아군 장교들조차 북한 병사들이 현대 전쟁 경험이 없어 대부분 희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군 장교 8명이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북한군이 돈바스나 쿠르스크 등 위험 지역에 투입된다면, 소모전으로 변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을 변화시키지도 못하면서 다수가 총알받이가 될 것이다.

만약 러시아 파병 병력에 다수 사상자가 발생할 때 김정은은 어떻게 반응할까? 물론, 북한은 1990년대 중반 대기근으로 수십만 명에서 수백만 명이 사망했어도, 체제유지를 우선시하고 주민들의 생존은 부차적 문제로 다루었다. 이를 보면, 김정은이 군사적 피해를 보고도 냉정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대기근 당시에도 북한은 주민들의 희생을 제국주의의 봉쇄 탓으로 돌리며, 외부에 공격적 태도를 보였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을 경우, 북한 지도부가 보복을 주장하면서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전사 소식에 김정은은 특별한 감정을 못 느끼더라도, 전사자 유족은 분노와 슬픔으로 격앙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 지도부는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보복을 주장하며 미국 혹은 한국을 상대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김여정은 10월 하순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감히 핵보유국에 도발했다며 막말을 퍼부었다.

김정은이 자신에 대한 비난은 참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걱정된다. 영국, 프랑스 등이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지하는 상황에서, 이들 나라 언론들도 김정은을 수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이 사이버공격을 가하거나 비난성명을 발표한다면, 유럽과 북한 간 정치적 공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2014년 김정은을 희화화한 영화를 찍은 영화사를 해킹한 소니픽처스 사건이 그 데자뷔다. 당시 미국 정부가 나서 북한에 고강도 제재를 발동했었다. 이번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미국 대통령이 누구든 북한에 강력한 제재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에 북한이 반발하면, 한반도 상황도 불안해질 수 있다.

이처럼 북한군 사상자 다수가 발생한다면 내부 책임론과 국제적 비난에 김정은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돌발적 보복선언에 대비하고, 사이버 공격을 방지하는 데에도 주의해야 한다. 김정은에게는 감당 못 할 파병을 철회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싶다.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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