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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펑크에 '환율 비상금' 또 손댄다... '주택기금'까지 돌려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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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펑크에 '환율 비상금' 또 손댄다... '주택기금'까지 돌려막기

입력
2024.10.28 18: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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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390원... 미 대선 등 변동성 커지는데
부총리 "외평기금 활용 검토 안 한다"더니
세수 부족, 기금·특별회계 14조~16조 활용

최상목(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김윤상(왼쪽) 제2차관 등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최상목(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김윤상(왼쪽) 제2차관 등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30조 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에 대응하고자 결국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까지 끌어다 쓰기로 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등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시점에 근본적 세입 확충안 없이 올해도 '기금 돌려막기'에 나선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평기금 활용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지 한 달 만이다.

최 부총리는 28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4년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방안'을 종합 국정감사에서 보고했다. 올해 본예산 대비 세수 부족분(29조6,000억 원)을 어떻게 메울지 대책이 담겨있다.

기재부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재정건전성과 대외 신용도를 유지하기 위해 국채는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금·특별회계에서 14조~16조 원을 끌어다 쓰고 △지방재원인 지방교부세·교부금 6조5,000억 원의 집행을 보류하고 △공사 연기 등 예산에서 쓰지 못하고 남은 돈(통상적 불용)을 7조~9조 원으로 보고 세수 부족분을 충당하기로 했다. 작년 세수 결손은 56조4,000억 원으로 두 해 연속 세수 결손이다.

그래픽 = 강준구 기자

그래픽 = 강준구 기자

가장 우려되는 건 기금·특별회계 중 외평기금(4조~6조 원)의 활용이다. 외평기금은 환율이 급등락할 때 달러나 원화를 사고팔아 환율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외평기금을 마음대로 쓰다 보면 정작 '외환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할 때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결산보고서에서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외평기금의 재원 활용은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3개월 만에 1,390원 선을 넘어섰다가 주간거래 종가 기준(오후 3시 30분)으로 전 거래일보다 3.7원 내린 1,385.0원에 마감됐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 강세를 보였지만, 급등한 만큼 소폭 내렸다.

기재부는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며 외평기금 내 원화 자산의 필요성이 줄어든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정부가 달러 자산을 매각하게 되면서 원화 자산이 상대적으로 늘어나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았던 지방 재원의 감액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강조했다.

김희재 기재부 외화자금과장은 "외환보유액은 4,000억 달러 이상으로 세계 9위 수준"이라며 "외환 대응 여력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작년 말 결산 기준 외평기금의 자산 규모는 274조 원이다.

청약통장 납입금 등으로 조성되는 주택도시기금도 처음으로 끌어다 쓴다. 2조~3조 원 규모다. 이 기금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에는 인색하던 정부가 세수 펑크에는 '여유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정의 여윳돈을 관리하며 '기금 저수지' 역할을 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의 4조 원과 국유재산관리기금 등을 포함한 기타기금 3조 원도 끌어다 쓰기로 했다.

지방교부세·교부금은 6조5,000억 원 정도를 집행 보류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감액된다. 내국세 감소에 따라 지방교부세·교부금은 약 9조7,000억 원 줄지만, 3조2,000억 원(교부세 2조1,000억 원·교부금 1조1,000억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감액분은 올해와 2026년에 분산해 지급한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전 한국재정학회장)는 "다른 주머니(기금)에서 일단 끌어다 쓴 뒤 내년 세수가 회복되면 환원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재정건전성 지표를 관리하기 위해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건데, 순부채 차원에서는 차이가 없는 임시방편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성원 기자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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