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세계화(Globalization)’를 국가 간 경계가 약화되고 세계 사회가 통합해 가는 전 지구적 현상이라고 규정할 때, 현대에 들어 그 개념을 처음으로 수립한 사람은 캐나다 문화비평가 마셜 매클루언이다. 그는 세계대전 이후 제트기와 컴퓨터, 인터넷 등이 발명되어 교통ㆍ통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미국 달러가 글로벌 통화로 자리 잡는 등의 현상에 주목했다. 그리고 “각국의 상호의존성이 점점 더 강화하면서 세계가 ‘지구촌(global village)’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했다.
▦ 세계화 과정이 가장 왕성했던 시기는 1990년대였다.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졌고, 이후 공산주의가 빠르게 몰락했다. 이념 장벽이 무너졌으니 국가 간 교류와 상호의존성도 보다 긴밀해질 것이라고 기대됐다. 93년 출범한 빌 클린턴 행정부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세계정책의 기조로 선언하고 95년엔 글로벌 자유무역 촉진을 목표로 128개국이 참여한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견인하기도 했다.
▦ 잠자던 중국에 세계화는 일대 기회였다. 특히 2001년 WTO 가입은 굴기(屈起)의 도약대가 됐다. 하지만 이후 중국의 급성장은 세계화의 퇴조를 부르는 역류를 일으켰다. 1990년 4,000억 달러가 채 못 됐던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엔 미국의 80%에 육박하는 17조1,739억 달러에 이르러 명실공히 글로벌 G2로 미국과 패권을 다툴 정도가 되자, 미국이 견제를 위한 무역규제를 본격 가동하면서 세계화가 퇴조하게 된 것이다.
▦ 미국이 대(對)중국 무역규제를 본격화한 건 도널드 트럼프 집권기다. 중국을 공격하며 집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중국의 818개 수출품목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WTO 탈퇴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누가 집권하든 중국 견제를 위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해왔다. 이번 대선 이후에도 중국 견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주말 장중머우(張忠謀·모리스 창) 대만 TSMC 창업자는 “자유무역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새삼스럽지만, 점점 악화하는 글로벌교역 여건을 명확히 짚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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