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브로커' 명태균씨의 불법 선거 여론조사가 도마에 오르면서 심의 기관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중앙여심위)가 팔을 걷고 나섰다. 명씨가 조작을 일삼으며 악용했다는 '비공표 여론조사'를 제도권 내로 편입하고,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등 다수의 제도 개선안을 쏟아낸 것이다. 하지만 각종 규제 강화에도 여전히 편법이 파고들 구멍이 남아 있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여심위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토론회를 열고 불법 선거여론조사와 관련해 검토하고 있는 제도 개선안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회장에는 여야 싱크탱크로 불리는 민주연구원과 여의도연구원 관계자들을 비롯해 학계, 여론조사업계 전문가 수십여 명이 참석했다.
총 6개에 달하는 개선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선거여론조사 신고 의무 강화'다. 그동안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하의 인터넷 언론사의 경우 여론조사에 신고 의무가 없었다. 명씨 역시 경남 지역 기반의 소규모 언론사인 '시사경남'을 통해 비공표 여론조사를 조작하고, 결과를 악용하는 게 가능했던 이유다. 강석봉 중앙여심위 사무국장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여심위가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하는 기관을 관리하거나 현황 파악도 못하는 관리 사각지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막으려 앞으로는 모든 여론조사를 신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명씨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각종 규제책들도 줄을 이었다.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공표용 선거여론조사에 인센티브 제공을 의무화하고 △문자 이용 조사에 가상번호를 활용하고 △선거여론조사 품질평가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방안 등이다. 여론조사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는 행위도 금지할 방침이다. 조직적인 조작이 이뤄질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강 국장은 "법적 규제보다는 시장 중심 자율 규제가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시장의 자정기능이 없다는 것이 제일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여론조사 제도의 미흡함을 인정하는 동시에 제도적인 보완이 없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여심위는 해당 방안에 대해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제도 개선 입법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제 의식에는 공감하지만, 세부 내용에 대해선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학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면서 "법과 규정, 제도 개선을 통해서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높이는 건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고 부작용과 왜곡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미 한국정치조사협회 감사는 "수요가 있는 한 공급은 존재한다"며 "조사기관을 때려잡고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기본적으로 당내 공천을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당내 민주주의 역량이 얼마나 없길래 여론조사에 의존해서 공천을 하냐"며 "공천은 당내 민주주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야 되는 것이고, 이렇게 정치쟁점화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