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애증의 尹-韓, 수습이냐 공멸이냐... 지지율도 차별화도 급해

입력
2024.11.04 04:30
5면
0 0

"尹 낮은 지지율, 韓 조급함 겹친 듯"
아끼던 후배에서 눈엣가시로
향후 시나리오는... ①봉합 ②파국 ③특검 통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절반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꼽힌다. 현재권력에게 미래권력은 우군일 수도 적군일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10%대까지 급락한 지지율 회복이 시급하고, 차기 대권을 노리는 한 대표는 차별화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천 개입 의혹을 키우는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녹취가 공개되면서 당정을 둘러싼 분위기는 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위기 국면을 타개할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보수 진영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尹 낮은 지지율, 韓 조급함 겹친 듯"

집권세력의 현재·미래권력이 부딪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영삼-이회창, 노무현-정동영, 이명박-박근혜도 치열하게 맞붙었다. 언젠가는 승부를 가려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윤-한 갈등처럼 임기 반환점이 되기도 전에 서로 치받은 건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원인으로 전례 없이 낮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을 꼽았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3일 통화에서 "한 대표는 취임 이후 한동안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다가 확실한 차별화가 안 됐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지지율 동반 하락을 맞았다"며 "당내 기반이 취약한 한 대표는 차기 대선을 감안하면 지금이 마지막으로 차별화를 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한 대표는 윤 정부가 성공해야 자기 미래도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한 대표는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9월에는 당대표를 그만둬야 하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조급함도 있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이. 한국갤럽 홈페이지 캡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이. 한국갤럽 홈페이지 캡처


아끼던 후배에서 눈엣가시로

두 사람은 워낙 가까운 사이였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윤-한 갈등이 유독 격렬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한 대표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후배'로 아꼈다. 한 대표 역시 자신을 현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맡긴 윤 대통령에게 고마워했다.

하지만 4·10 총선을 거치면서 관계가 뒤틀렸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 논란 등이 선거 최대 악재로 작용했다. 모두 윤 대통령의 결단에 달린 문제다. 총선 지휘봉을 잡은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선 긋기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에 격노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관계에 금이 갔다.

한동훈 김건희 문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한동훈 김건희 문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7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아예 등을 돌렸다. 한 대표가 당대표에 출마하자 친윤계는 '대항 후보'를 내세워 총력 저지에 나섰다. 한 대표가 총선 기간 김 여사의 문자 메시지를 '읽씹'한 '문자 무시' 논란이 기폭제가 됐다. 애증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됐고, 두 사람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믿는 도끼'인 한 대표에게 발등을 찍힌 윤 대통령의 분노가 큰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계파색이 옅은 중진 의원은 "친윤계가 전대에서 한 대표를 떨어뜨리기 위해 얼마나 노골적으로 나섰느냐"며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서운한 마음을 갖는 것도 이해가 된다"고 반박했다.

2022년 5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세종=서재훈 기자

2022년 5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세종=서재훈 기자


향후 시나리오는... ①봉합 ②파국 ③특검 통과

정치권에서는 봉합 또는 파국 시나리오를 거론한다. 윤 대통령의 육성 녹취 공개로 공천개입 의혹이 확산되며 야권은 탄핵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대표도 '보수 공멸'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만큼 갈등 봉합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동원 대표는 "지지율이 10%대(한국갤럽 기준)로 떨어진 윤 대통령은 당장 탄핵의 두려움 등이 피부로 느껴질 것"이라며 "제3자 특검 수용을 비롯해 한 대표의 쇄신 요구를 일부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고집이 변수"라고 덧붙였다.

파국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강윤 평론가는 "이미 신뢰의 위기에 빠진 윤 대통령은 뭘 해도 국민들이 잘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한 대표는 차별화는 시도하겠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며 국민 실망으로 이어져 자칫 고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김 여사 특검법 통과를 상수로, 한 대표의 선택을 변수로 보는 견해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민심의 반발이 워낙 크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 자신과 김 여사 문제를 어물쩍 덮고 넘어갈 수 없고 결국 특검을 맞을 것"이라며 "한 대표가 특검과 관련해 어떤 선택으로 어떤 명분을 쌓느냐에 따라 정치적 미래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성택 기자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