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 관련 소신 드러낸 류승수·임형준
한 번 오른 몸값은 잘 안 내려 가요.
한 PD가 본지에 전한 말이다. 한번 상승한 배우의 출연료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주연 배우의 이름값으로 투자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작품 측에서는 돈이 많이 들더라도 '인기 연기자 모시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기 배우들과 조연, 단역 배우들의 몸값 차이가 크게 벌어진 가운데 "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류승수는 MBN·채널S '전현무계획2'를 찾았을 때 "주인공하고 조연 출연료가 몇 배 차이날 것 같으냐. 한 20배는 차이 날 거다. 주연의 출연료가 작게는 1억 5천만 원에서 맥시멈 7억 원이다. (주연급 아닌 배우들은) 생활이 안 된다"고 말했다. 데뷔 27년 차 류승수의 솔직한 발언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임형준 역시 이지혜의 유튜브 채널 '밉지않은 관종언니'에서 출연료와 관련해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제작 불황이 배우들의 몸값 때문에 그렇다는 말이 있다. 사실 주연들만 비싸다. 주연들만 몸값이 계속 올랐지 난 20년 전하고 비슷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연 배우들의 몸값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손흥민 선수의 연봉을 다 알지 않나. 그만큼 플레이 하는지 안 하는지 보고 대중이 평가한다. '저렇게 받았는데 저 정도밖에 못해?' 하면 그 사람은 그 몸값을 못 받는다. (주연 배우 중)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받는 건 찬성한다. 제작사들이 제작비 때문에 항상 문제다"라고 전했다.
작품 수가 줄었다는 말이 이어지고 있으나 인기 배우들은 제안받은 여러 편의 작품을 고사할 정도로 많은 드라마, 영화의 러브콜을 받아오고 있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인기 드라마 주연으로 활약했던 소속 배우와 관련해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얻은 후 새 시즌에 들어가며 출연료가 10배 상승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인기 드라마 주연이 아닌 조연, 단역 배우들이다. 소속사와 수익을 나누다 보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더욱 감소한다.
출연료에 대한 지적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류수영은 2013년 진행된 간담회에서 제작비 중 배우들의 출연료 비중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밝혔다. 그러면서 '거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류수영의 발언 후 10년 넘는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히 연기자들의 몸값과 관련해 관계자들의 한숨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깊어지는 관계자들의 고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올해 진행된 간담회에서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가 "중국은 배우 출연료가 총 제작비의 40%를 넘길 수 없고 출연료 중 주연급의 출연료는 70%를 넘길 수 없다고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 바 있다. 또한 이 자리에서 한국 역시 출연료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알렸다. 관계자들의 고민은 계속되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이드라인의 마련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에 "중국은 사회주의 이념을 갖고 있으나 우리는 아니기 때문에 중국의 방식을 한국에 적용시키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배우는 활동 영역에 따라 제작사, 플랫폼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운동선수처럼 출연료를 공개하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글로벌 OTT가 있기 때문에 활동이 영역이 국내로 한정지어져 있지도 않아 어려움이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김 대중문화평론가는 글로벌 OTT가 배우의 몸값 문제를 키웠다고 바라본다. 그는 "요즘은 (배우의) 티켓 파워가 크게 작동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글로벌 OTT가 자신이 선호하는 연기자들의 출연료를 과도하게 책정하니까 그들이 그쪽으로 쏠리는 거다. (OTT 작품이 아닌) 지상파, 케이블에 주로 출연했던 배우들은 섭외가 잘 안 된다. 글로벌 OTT가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글로리' 이후 한국에 크게 성공한 콘텐츠가 별로 없었다. 글로벌 OTT도 (출연료 비중을) 조정할 수밖에 없을 거다. 오히려 섣부르게 규제를 한다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대중문화평론가는 '신인 발굴'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배우들의 높아진 몸값을 무리해서 내릴 필요가 없는 데다가 제작비 규모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변우석이 나왔던 '선재 업고 튀어'도 개런티가 과하게 높지 않은 배우들을 활용해 좋은 작품을 만든 사례"라면서 "OTT를 의식해 특정 배우 잡기에 나서는 것보다 신인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쪽이 유리해 보인다"고 밝혔다.
일부 연기자들의 몸값이 치솟은 가운데, 이러한 상황이 신인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길 바란다. 많은 조연, 단역 배우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 공생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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