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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혼자인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품 속 기억 만들어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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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혼자인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품 속 기억 만들어 주고 싶었다"

입력
2024.10.31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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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 '길작은도서관' 김선자 관장,
제 24회 코오롱 우정선행상 대상 수상
"도서관서 성장한 청년이 웹툰 제작, 전시, 공연도"

이웅열(왼쪽)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 이사장이 30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제 24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탄 김선자 '길작은도서관' 관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코오롱그룹 제공

이웅열(왼쪽)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 이사장이 30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제 24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탄 김선자 '길작은도서관' 관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코오롱그룹 제공


"농촌에는 방과 후 혼자 있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들에게 따뜻한 품 속에 있는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러면 어른이 돼서도 삶을 잘 살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요."

김선자 길작은도서관 관장


전남 곡성군 서봉마을에서 '길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소외된 어린이, 청소년을 돌봐온 김선자(53)씨가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이 주는 우정선행상 대상을 받았다.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은 30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에서 제 24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을 열고 김 관장 등 세 명에게 상장과 격려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학 도서관학과 출신인 김 관장은 자녀 셋을 키우던 2004년 자녀들의 방을 책방으로 꾸며 방과 후 이웃 어린이를 함께 돌보기 시작했다. 집에 혼자 있는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맞벌이 부부 가정 어린이의 친구가 돼 준 것이다.

이후 김 관장은 빈 집을 사들여 마을 도서관으로 재단장했다. 이 곳에서 성인문해교실을 열어 마을 어르신들에게 한글 배울 기회를 드리고 이들이 직접 지은 시를 엮어 시집을 냈다. 이 같은 사연이 2019년 다큐멘터리 영화 '시인 할매'로 알려지면서 청년 자원 봉사자가 모여들었다. 그의 책방과 도서관에서 성장한 청년들도 이전부터 힘을 보탰다. 이 도서관에서는 웹툰 제작 및 교육, 전시, 음악 공연도 하고 있다. 이 곳 청년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커피, 굿즈(기념품) 등을 파는 카페도 운영한다.

"장서 6,500권, 그림책·시집 많아요"

김선자 '길작은도서관' 관장. 코오롱그룹 제공

김선자 '길작은도서관' 관장. 코오롱그룹 제공


대상 수상 뒤 한국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김 관장은 "책은 6,500권 정도 된다"며 "그림책과 시집이 많다"며 웃었다. 지금도 아이들 끼니를 챙기느냐고 물으니 "텃밭을 가꾸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밥을 잘해 주려고 하고 있다"며 "절반은 제가 직접 만들고 절반은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준다"고 덧붙였다. 24시간 운영하는 도서관에는 작은 온돌방도 있어 마을 어린이의 숙식도 가능하다.

10년 전부터 전남 곡성 교육지원청에서 학교도서관 지원 업무를 병행하는 그는 사재를 털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춘 마을 도서관 운영에 자신이 있는 목소리였다. 김 관장은 "도서 구입비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으로 마련한다"며 "개인 후원은 마음만 받겠다"고 했다. 김 관장은 도서관 전기 요금은 개신교 목회자인 그의 남편의 몫이라며 "도서관을 24시간 열기 때문에 한 달에 37~40만 원 가까이 나오면 휘청 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아름다운 동행'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44년 동안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단체 봉사활동을 해온 과학칼럼니스트 김형자(64)씨, 웹툰 '문스패밀리'의 작가와 팬들이 의기투합해 20년 넘게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문스패밀리 봉사원정대', 30년 가까이 진료 봉사를 하는 치과의사 양춘호(55)씨가 우정선행상 본상을 받았다.

우정선행상은 고(故) 이동찬 전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호 '우정'(牛汀)을 따서 2001년 제정했으며 해마다 우리 사회의 모범이 되는 선행·미담 사례를 찾아 상을 준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 2014년부터 오운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이 명예회장은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 상 시상식에는 빠짐없이 참석해 수상자를 격려하고 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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