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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에 땅 보상 신청했다가... 지주들 6년 만에 사업 접고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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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에 땅 보상 신청했다가... 지주들 6년 만에 사업 접고 소송전

입력
2024.11.04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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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 사업장
대토 보상 지주들 6년 만에 계약 해지
토지 공급가 뛰고, 지구단위계획 변경
"오피스텔 애초 못 지어, 이자만 500억"

2018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경기 고양시 장항지구 조감도. LH 제공

2018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경기 고양시 장항지구 조감도. LH 제공

경기 고양시에 사는 이모(66)씨는 2018년 12월 부친이 물려준 인근 장항동 토지 1,121㎡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넘겼다. 해당 지역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돼 인근 지역 땅이 전부 국가에 강제 수용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고민 끝에 LH가 추후 조성한 땅으로 대신 받는 '대토 보상'을 선택했다. LH가 적극 권유하기도 했고, 새로 조성된 땅을 받는 게 노후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씨처럼 대토 보상을 선택한 이는 200여 명. 이들은 대토지주협의회를 꾸리고 공동으로 LH가 조성한 상업·업무용지를 2필지씩 매입해 오피스텔 4개 동을 짓는 사업을 추진했다. 애초 일정대로면 이미 오피스텔 준공을 앞두고 있어야 하지만 최근 LH와 한 토지 계약이 차례로 해제되며 사업이 완전히 물 건너갔다.

원주민은 LH의 졸속 행정으로 6년간 이자비용 500억 원을 날렸다며 소송전에 돌입했다. 시장에선 이번 사례가 수도권 곳곳에서 진행 중인 공공택지개발 사업에 안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6년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정부도 장려하는 대토 보상

3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 같은 사태가 생긴 곳은 경기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 사업장이다.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과 일산서구 대화동 일대 1,562만㎡ 부지에다 1만1,000여 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짓는 사업으로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LH가 사업 시행자다.

LH는 2018년 11월 땅을 수용당한 원주민 상대로 토지 보상에 들어갔다. 대토 보상은 정부의 공익사업으로 땅을 수용당한 지주에게 현금 대신 추후 지구 내 다른 토지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다. 소유 중인 땅을 넘기고 새로운 땅을 넘겨받는 구조로, 현금 보상금만큼 땅을 받는다. 보상금 규모를 두고 땅 주인과 이견이 첨예한 현금 보상과 달리 대토 보상은 미래 수익을 기대하는 땅 주인의 협조를 쉽게 이끌어낼 수 있어 정부도 적극 장려한다.

이씨가 포함된 지주협의회는 2018년 12월 LH와 대토보상계약(일종의 가계약)을 맺고, 본인들의 토지 이용 권한을 LH로 넘겼다. 당시 지구단위계획 등을 토대로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상업·업무용지에 오피스텔을 지으면 낫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들은 사업 추진을 위해 '대토 보상권'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2,000억 원가량을 조달했다.

예상치 못한 난관들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기대는 빗나갔다. LH는 2019년 12월 원주민에게 아무런 공지도 하지 않고 상업·업무용지의 지구계획을 변경했다. 1년 전 대토 보상 공지를 냈을 당시만 해도 이들 용지에 적용된 지구계획엔 '용적률 900%, 높이 제한 없음'으로 돼 있었는데, 이를 '용적률 800%, 높이 제한 15층 이하'로 바꾼 것이다. 이런 사실을 2021년 1월에야 뒤늦게 알게 된 대토 보상 신청인들은 LH에 규제를 원래대로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갈등 와중에 길어야 2년 정도로 예상했던 LH 대토 공급 본공지는 4년 4개월 만인 지난해 3월에서야 나왔다. 그사이 이자는 계속 불어났다. 대토 공급가격은 상업용지가 3.3㎡당 3,540만 원, 업무용지는 3,160만 원이었다. LH가 4년 전 제시한 추정가격보다 각각 75%와 85% 뛴 가격이었다. 인근 공시가 상승률(평균 22%)의 세 배를 훌쩍 넘는다. 원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금 보상'으로 강제 전환돼 사업 자체가 무산될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LH와 최종 계약을 했다.

땅을 우선 확보한 뒤 정부 민원 등을 통해 '높이 제한'만 풀어도 사업성을 살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일환으로 지주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넣었고, 권익위는 원주민 손을 들어줬다. 고양시가 층수 제한을 풀어도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 같은 일방적인 지구계획 변경이 원주민의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공정하지 못하다며 올 1월 LH에 재검토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이후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불가하다고 원주민에게 최종 통보했다.

원주민은 기존 조건 아래에서 오피스텔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지만 새로운 난관에 부닥쳤다. 지난 6월 건축허가 신청 전 경기도교육청에 오피스텔 신설에 따른 학생 배치 문제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더니, 이미 해당 지구에서 건축허가를 받은 아파트와 단독주택만 고려해 초등학교 규모를 결정한 터라 추가 학생 배치가 어렵다는 답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주들 "애초 오피스텔 못 짓는 땅 팔았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원주민은 결국 더는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올 상반기 도래한 대출 만기를 추가 연장하지 않았다. 더는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8월 3개 필지가 계약 해지됐고, 나머지 필지는 이달 중 계약이 해지된다. 지금까지 나간 금융권 이자만 500억 원에 달한다. 2,000억 원 중 이자 등 각종 비용을 빼고 남은 돈을 지주가 나눠 갖는데, 이 금액이 애초 현금 보상을 택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에도 크게 못 미쳐 6년의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손해라는 게 지주들 설명이다.

한 대토 신청인은 "터무니없이 땅값을 올리고 기존에 없던 건축 규제까지 적용한 데 이어 교육청과의 협의도 마치지 않아 LH가 사실상 오피스텔을 지을 수 없는 땅을 판 것과 마찬가지"라고 맞섰다. 지주들은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며 LH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전에 나섰다. 반면 LH는 "첫 단계인 대토 보상 공고 때 토지이용계획이 변경될 수 있음을 공지한다"며 "더구나 이미 토지공급이 끝난 상황에서 특정 계약인에게 유리하게 계약을 바꿀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지주들 입장에서 대토 보상에 따른 규제 불확실성이 큰 게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을 알면 누가 대토 보상을 신청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정부가 200만 주택 공급을 공언했지만 앞으로 대토 신청이 급감해 보상 업무가 길어지면 그만큼 주택 공급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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