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사흘간 폭우로 대규모 홍수
"홍수와 가뭄은 기후 위기의 두 얼굴"
스페인 남동부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로 최소 158명이 숨졌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말라가, 발렌시아 등 남동부 지역에서는 29일부터 사흘간 폭우가 쏟아지면서 최소 15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스페인 기상청은 발렌시아에 8시간 동안 내린 비가 지난 20개월 강수량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최소 150명의 목숨을 앗아간 1973년 폭우 이래 스페인 최악의 홍수"라고 전했다. 아직 피해 집계와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어 사망자 수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폭우에 하천이 범람하면서 차량은 흙탕물에 떠내려갔고, 주택도 물에 잠겼다. 구조대는 헬리콥터와 고무보트를 동원해 주민들을 구조했다. 발렌시아 우티엘 주민 하비에르 베렝게르(63)는 "물이 어깨까지 차올라 온 힘을 다해 창문으로 빠져나왔다"고 AP에 말했다. 발렌시아 바리오델라토레 마을 주민도 "동네가 파괴됐고, 모든 차량이 다른 차 위에 쌓여 있다"며 "진흙은 거의 30㎝가 쌓였다"라고 토로했다. 스페인 남부 말라가에서는 약 300명을 태운 고속열차가 탈선했다. 다만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기상 이변은 기후 변화의 폐해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이번 폭우의 원인은 찬 공기가 따뜻한 지중해를 지나면서 강력한 비구름을 만드는 '고타 프리아'(gota fria·차가운 물방울) 현상으로 추정된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이런 기상 현상이 점점 극단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스페인의 치명적인 홍수와 가뭄은 기후 위기의 두 얼굴"이라고 짚었다. 지구 온난화는 가뭄도 초래하지만, 더운 공기가 수분도 더 많이 머금기 때문에 폭우 가능성도 높인다. 스페인은 올 초 폭염으로 극심한 가뭄을 겪은 바 있다.
스페인 정부는 31일부터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TV 연설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고 있는 이들을 위해, 스페인 전체가 여러분과 함께 눈물 흘리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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