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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알리면 불리할 것"... 중국, '간첩죄' 구속 한국인 가족 압박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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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알리면 불리할 것"... 중국, '간첩죄' 구속 한국인 가족 압박 정황

입력
2024.11.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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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구속된 한국인 남성 딸 인터뷰
중국 '비공개 압박'... 대사관 도움 '미흡'
"10개월째 구체 혐의도 파악 못 했다"
"정부,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 가족 호소

중국 북부 내몽고자치구 후허하오터시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외국인의 중국 내 간첩 활동을 인지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캡처

중국 북부 내몽고자치구 후허하오터시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외국인의 중국 내 간첩 활동을 인지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캡처

반(反)간첩법 위반 혐의로 중국 검찰에 구속된 한국인 남성 A씨의 딸이 "중국이 줄곧 이 사건을 언론에 알릴 경우 A씨를 더욱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압박해 왔다고 밝혔다. 주중국 한국대사관 차원의 도움이 미흡해 사실상 고립된 상황 속에서 중국의 일방적 조사만 이뤄지고 있다는 게 가족 주장이다.

A씨의 딸 B씨는 지난달 3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중국 국가안전부가 아버지를 연행한 직후부터 '언론을 접촉하면 A씨에 대한 처벌을 더 강하게 할 것이란 점'을 가족들에게 수차례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3월 이뤄진 어머니에 대한 참고인 조사에서도 중국 측은 '가족 중에 언론 종사자가 있느냐'고 물으며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 A씨가 더 불리해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고 전했다. 중국 반간첩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질 것을 우려해 공론화를 막았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20여 년간 근무했던 A씨는 2016년 중국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로 이직했다. 여기서 4년 정도 근무한 뒤 2020년 다른 한국 직원들과 함께 권고 사직을 당했다고 한다. 이후 개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던 지난해 12월 안후이성 허페이시 자택에서 국가안전국에 연행돼 현재는 검찰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간첩 혐의 적용 범위를 확대한 중국의 개정 반간첩법이 시행된 뒤 한국인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시내 교차로 보안카메라 옆에 게양된 오성홍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시내 교차로 보안카메라 옆에 게양된 오성홍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딸 B씨는 "체포 뒤 현재까지 10개월간 아버지에게 적용된 구체적인 혐의조차 모르는 상태"라고 답답해했다. 아버지와 간혹 편지를 주고받고 있지만 중국 당국의 검열 탓에 조사 내용은 전해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B씨는 "중국인 변호인도 구체적 상황을 모르고, 우리 대사관조차 정보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아버지가 반도체 종사자이니 정보 유출 혐의일 것으로 추측할 뿐"이라고 했다.

실제 민감 정보 유출 시도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 묻자 B씨는 "그럴 분도, 그럴 위치에 있는 분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만약 실제 혐의점이 있다고 해도 다른 압력이 있었거나, 아버지 본인이 위법 행위라고 인지하지 못한 행동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대사관 등 한국 정부의 대응을 믿었던 점을 후회하고 있다. 아버지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대사관 측의 명확한 설명을 사건 발생 10개월째인 현재까지 듣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는 당뇨 환자다. 그런데 대사관은 '극단적 선택 가능성 탓에 약을 전할 수 없다'는 게 중국 입장이어서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만 보이고 있다"고 했다. B씨는 "기댈 곳은 정부뿐이었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며 "사건이 공론화된 만큼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A씨 본인도 외교 협상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중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다른 외교적 방안 없이 지켜만 볼 것인지 (한국) 정부 공식 입장을 알고 싶다"고 썼다. 이어 "사건 처리가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다"며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으로서 어떠한 길도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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