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성 학교 대상 수요 조사 착수
중·고 공학 비율 전국 최하위권
남학생 내신 하락 우려 등 넘어야
인천시교육청이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거나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한 지역 등의 단성(單性) 학교를 남녀 공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공학으로 전환하면 환경 개선비 등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인데, 남학생 내신 성적 하락과 생활지도 부담 등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우려를 얼마나 불식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 지역 중·고등학교의 남녀 공학 비중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교 126곳 중 공학은 53개교(42.0%)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인 66.3%에 비해 24.3%포인트나 낮아 17개 시·도 중 최하위이다. 특성·특목·자율고를 제외한 일반고만 보면 32.2%로 전국 평균(59.3%)과 격차가 더 벌어진다. 중학교도 144개교 중 90곳(62.5%)이 남녀 공학으로, 전국 평균 80.2%에 비해 17.7%포인트 낮다. 17개 시·도 중에는 부산(61.2%) 다음으로 낮다.
이에 더해 신도시 개발에 따른 원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하는 것도 소규모 단성 학교 수가 늘어나는 원인이다. 학교 선호도에 따라 같은 지역에서도 과밀·과소학급이 동시에 존재하고, 남녀 성비가 크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성별에 맞는 학교가 없어 원거리 학교에 배정되는 등 학교 선택권을 제한받기도 한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단성 학교가 공학으로 전환 시 화장실·보건실·탈의실·도서관 등 환경 개선비를 최대 5,000만 원, 창의적 체험활동·교원 연수 등 교육활동 지원비 등을 최대 3년간 9,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수요 조사에 착수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학교운영위원회 의결과 구성원·동문 설문조사, 시설 개선 등을 거쳐 2026년에 1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 이후 인천에서는 8개 중·고교가 단성 학교에서 남녀 공학으로 전환했는데, 학생 수 증가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남녀 공학으로 전환한 동수중(옛 부일여중)은 학생 수가 298명으로, 전환 3년 전보다 13% 가까이 늘었다. 올해 전환 3년 차를 맞은 동암중(338명)도 전환 3년 전에 비해 학생 수가 17%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단성 학교 남녀 공학 전환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실제 인천 최초로 일반 남자고에서 공학으로 전환을 시도 중인 남동구 서창동 도림고는 학내 반대에 부딪혀 2년 가까이 진척이 없는 상태다. 학부모들은 공학 전환 시 내신 성적 저하를, 교사들은 생활지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학교 정체성 상실을 우려하는 동문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서창동에는 공학이나 여고가 없어 중학교를 졸업한 여학생들이 4∼7㎞ 떨어진 학교로 진학하는 형편이다.
시교육청 학교설립과 관계자는 "남녀 공동 학습 공간이나 카페테리아를 조성해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학생 간 교류도 활성화해 남녀 공학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돕겠다"며 "교사와 학부모 연수 기회를 늘리고 동문과 지역 사회 의견도 더 적극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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