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폭로 기자회견
"2차 가해 방치한 공군… 중징계 필요"
공군 "보호 최선, 경찰 수사 적극 협조"
공군에서 또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해자인 남성 대령이 딸뻘인 여성 소위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피해자에게 "유혹을 당했다"며 2차 가해를 일삼았다는 폭로도 나왔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31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제17전투비행단 여성 초급장교에 대한 직속상관 전대장(대령·공군사관학교 48기)의 강간 미수, 강제추행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A소위는 전날 센터를 찾아 상담한 뒤 피해자 보호 및 2차 가해 중단 조치를 의뢰했다고 한다.
상담소에 따르면, B대령은 지난 8월 회식이 끝나고 A소위를 강제 추행했다. 이에 A소위는 회식을 피하려 했으나, 이달 24일 있던 회식에서 또 한번 피해를 당했다.
당시 B대령은 A소위 등 5명과 자리를 가졌는데, 동석자들에게 거듭 '2차를 가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계속된 제안을 불편해한 하급자(부사관)가 도움을 청하자, A소위는 B대령을 데려다주겠다며 택시를 타고 전대장 관사로 이동했다. 이때 B대령은 A소위의 손을 만지는 등 강제추행하고 "공군에 계속 있으면 세 번은 날 보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관사에 도착하고도 B대령은 '한잔 더 하자'며 관사로 이끌었고 이때 A소위는 1차 회식 자리에 있었던 간부들에게 도와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후 B대령은 숙소로 돌아가겠다는 피해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성폭행을 시도했다. A소위가 "저는 전대장님 딸과 세 살 차이밖에 안 나는 또래입니다. 아내분도 있지 않습니까"라며 거부했으나, B대령의 강간 시도는 계속됐다고 상담소 측은 전했다. 현재 B대령은 피해 보고 후 다른 부대로 분리 조처됐다.
상담소는 2차 가해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B대령이 당시 회식 동석자들에게 A소위가 술에 취해 자신을 유혹한 것처럼 유도신문하며 이를 녹취했고, A소위는 B대령의 압박을 받던 간부들을 통해 이러한 2차 가해 사실을 알게 됐다는 내용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조직이 방기해서 2차 가해가 행해졌다"며 "해당 부대 지휘관인 17비행단장과 공군본부 감찰부도 중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담소는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군인 등 강제추행, 군인 등 강간치상 혐의로 B대령을 고발했다.
이에 대해 공군 측은 "사건 인지 즉시 피해자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으며 피해자가 민간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조력해 왔다"며 "부대는 2차 피해 예방, 피해자 상담 지원 등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해당 사건에 대한 민간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앞서 공군에서는 2021년 제20비행단에서 근무하던 고(故) 이예람 중사가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관련 사실을 신고했다가 가해자는 물론 같은 부대 다른 상관들로부터 회유·협박 및 면담 강요 등 2차 가해에 시달리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2022년 초에도 40대 준위가 20대 초반 여군 하사를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