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다자연애 주의자"라며 실명·사진 올린 행위… 대법 "명예훼손"
알림

"다자연애 주의자"라며 실명·사진 올린 행위… 대법 "명예훼손"

입력
2024.11.01 14:13
수정
2024.11.01 14:52
0 0

"성적 지향 드러내 비방 목적 글 작성"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박시몬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박시몬 기자

자신의 블로그에 특정인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여러 사람과 연애를 하는 사람'이란 취지의 글을 올렸다면, 그것이 일부 알려진 것이라 하더라도 명예훼손이 되어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8일 확정했다.

피고인 A씨는 교회 목사다. 그는 2018년 1월 블로그에 '모 대학교 강연자였던 폴리아모리(다자 간 연애) 생활을 하는 B씨의 글을 읽어보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폴리아모리는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행위 또는 성향을 뜻한다. 해당 글에서 A씨는 'B씨와 함께 폴리아모리 생활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모 대학교 재학생 C씨'라면서 C씨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 인터뷰에는 C씨의 실명과 얼굴 사진 등이 담겨있었는데 성적 지향과 무관하게 당시 피해자가 학교와 빚은 분쟁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A씨는 '세상에는 보편적 도덕가치가 있고, 소수의 행동이라고 다 보호받는 것이 아니다' 등의 글을 함께 게재했다. 검찰은 A씨가 비방할 목적으로 C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기소했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피해자의 성적 지향성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C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힌 적은 있었다. 당시 C씨는 아우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 등을 본인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을 당했다는 표현을 썼다.

이 SNS 글을 두고 A씨는 "피해자가 스스로 폴리아모리임을 공공연히 드러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오히려 피해자는 사회에서 폴리아모리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인식해 이 사실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공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성적 지향'을 드러내,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고 비방할 목적으로 글을 작성하고 게시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근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