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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서른, 브람스

입력
2024.11.02 05:5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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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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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이 지난 6월 15일 광주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열고 있다. 광주예술의전당 제공

조성진이 지난 6월 15일 광주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열고 있다. 광주예술의전당 제공

조성진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연주자다. 또래와 달리 과묵하고 신중하며 깊이 있다. 그러면서도 내면에 뜨거운 불을 지녔다. 6년 전 스물 넷이었던 그의 인터뷰를 상기하자면, 이미 서른 이후를 계획하고 있어 흥미롭다. “30대가 되면 거장도 아니고, 더 이상 젊은 연주자도 아닐 테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그리고 돌연 서른이 되어 만나고픈 작곡가로 브람스를 호명한다. “브람스를 정말 좋아하는데 아직은 연주 경험이 부족합니다. 더 깊이 연구해서 온전히 내 것으로 숙성시킨 후 무대에 올리고 싶습니다.”

올해 30대에 진입한 조성진은 11월 20일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보인다. 6년 전 약속이 실현된 셈이다.

협주곡은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라는 두 개의 판이한 음향체를 지니고 있다. 음량과 음색이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다루는 능력에서 작곡가 역량이 드러난다. ‘교향악적 협주곡’이라 일컫는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피아니스트는 마치 다윗과 같다. 골리앗처럼 육중한 오케스트라에 용감히 맞선다. 오케스트라의 압도적 음량에 피아노가 물러서지 않고, 오케스트라도 독주자의 왜소한 몸집을 배려하지 않는다. 이 곡이 처음 등장한 1881년부터 143년이 지나는 동안, 연주자들이 몸소 겪은 시행착오가 켜켜이 쌓여 수많은 비급이 내려온다. 그러나 여전히 피아니스트들은 근원적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 공포는 초연 당시 혹평을 상기시킨다. “협연자가 거대한 관현악에 잡혀 먹히지 않고 생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흥미롭게도 조성진은 6년 전 인터뷰에서 이 기울어진 음량의 운동장을 ‘체중’으로 돌파하겠다고 선언했었다. “브람스를 연주하려면 지금보단 살을 찌워 몸무게를 늘려야겠죠.”

과묵하고 신중한 성격의 브람스는 달변보다 눌변에 가까웠다. 조성진의 언어습관도 그와 닮아서 누군가 질문을 던지면 나지막한 음성으로 찬찬히 곱씹어 대답한다. 브람스는 유행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사색에 천착했었다. 조성진의 연주도 그와 다르지 않아 허영과 무관하게 우직하게 나아갈 길을 개척한다. 게다가 브람스와 조성진 공히 내면에 뜨거운 불을 삼키고 있다. 다른 음악가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밖으로 연소시키기에 급급할 때 조성진과 브람스는 더 강력한 화력을 내장에 품어 절제하고 조율한다. 여타 음악가들이 표현의 가짓수를 늘리는 데 급급할 때, 브람스와 조성진은 밀도와 깊이로 자신을 증명한다. 서른의 조성진이 들려줄 브람스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조은아 피아니스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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