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연속 증가한 등교 거부 학생
코로나19로 집단생활에 불편 호소
학교들, '친근한 학교 만들기' 노력
빈 교실서 자유활동, 인형과 수업도
일본에서 학교에 가지 않는 '등교 거부' 초·중학생이 지난해 역대 최다인 34만 명을 웃돌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매년 늘어나는 학생의 등교 거부 현상은 일본의 심각한 사회 문제인데, 30만 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교들은 아이들이 학교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해 등교 거부(부등교) 초·중학생이 34만6,482명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전년보다 15.9%(4만7,434명) 증가한 수치다.
일본에서 등교 거부 학생은 11년 연속 최다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가 됐다. 등교 거부 학생은 질병이나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심리·사회적인 이유로 30일 이상 결석하는 학생을 가리킨다. 특히 '90일 이상' 학교에 오지 않는 장기 등교 거부 학생 비율은 절반에 달했다. 요미우리는 "등교 거부 학생 중 80% 이상은 다음 해에도 학교에 가지 않는다"며 "저학년일수록 증가율도 높다"고 분석했다.
등교 거부 학생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했다. 집단생활 경험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성장한 탓에 '학교생활'에도 불편을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 등교 거부 이유로 '학교생활 동기 부여 부족'을 꼽은 응답률이 32.2%로 가장 많았고, '불안'이 23.1%로 뒤를 이었다. 쇼지 히로유키 베넷세교육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요미우리에 "(집단생활 시간이 줄어) 아이들이 인내할 힘을 기르지 못하고 불편함이나 불만을 해소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왕따(집단 따돌림) 피해'도 등교 거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왕따를 겪어 심신이 불안해진 '위기 상태'인 일본 아이는 지난해 1,306명에 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괴롭히는 '온라인 왕따'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는 아이의 등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문부성은 학교에 '교내교육지원센터'를 만들어 학생의 심리적 거부감을 줄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도쿄 고다이라시 한 시립중학교에서 등교 거부 학생들을 담당하는 심리치료사 이나게 아야코는 '분홍색 곰 인형 탈'을 쓰고 수업한다. 이나게는 "친숙함을 느끼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학교에 오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귀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사이타마현 도다시의 한 시립초등학교는 '빈 교실'을 활용하고 있다. 종이접기나 온라인 수업을 받다가 교실에 돌아가면 되고, 교실에 있기 힘들면 다시 빈 교실로 가도 된다. 이러한 교내교육지원센터는 일본 전체 공립 초·중학교의 46%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토 미나코 나라여대 교수는 "아이들이 교실을 '안심할 수 있는 장소'라고 인식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