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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알몸사진 달라고 한 초2... 디지털 성폭력을 '놀이'로 아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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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친구에게 알몸사진 달라고 한 초2... 디지털 성폭력을 '놀이'로 아는 아이들

입력
2024.11.02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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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성폭력 10대 피해자 계속 증가
디지털 성범죄 학폭위 3년간 1700건
전문가 "범죄 인식·제어 역량 키워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수도권 초등학교 2학년 A양은 올해 5월 또래 친구 B양으로부터 나체 사진을 보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싫다고 하면 친구 안 하겠다'는 말에, A양은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이후에도 B양은 상가 화장실에서 직접 A양의 알몸 영상을 찍기도 했고, 다른 친구들에게 그 영상을 보여줬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열었다. 결론은 6호(출석정지 10일) 처분. 가해자 B양 부모는 "아이들이 성에 대해 모르고 놀이로 생각해 재미로 실수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재미로 한 실수'라기엔 피해는 심각했다. A양은 현재 전문기관 상담을 받을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하다. A양 부모는 "가해자와 같은 학교에서 마주친다면 계속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가해 아이가 경찰 조사도 안 받고, 부모로서 너무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촉법소년(10~13세)도 아닌 10세 미만의 경우엔 형사처벌도, 보호처분도 할 수 없다.

본보가 확인한 A양의 피해 사례처럼, 최근 초등학생과 중학생들 사이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성폭력을 경험한 아동이나 청소년이 나날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죄를 '놀이'로 생각하는 경향에 대비해 실효성 있는 교육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8일 오전 대구 수성구 동도중학교 정문 앞에서 교육청과 경찰 관계자, 학생·학부모 등이 학교폭력 예방 및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 합동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8일 오전 대구 수성구 동도중학교 정문 앞에서 교육청과 경찰 관계자, 학생·학부모 등이 학교폭력 예방 및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 합동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뉴스1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사이버 성폭력 피의자·피해자 연령별 통계에 따르면, 10대 피해자는 △2021년 261명 △2022년 511명 △지난해 641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같은 기간 10대 가해자 역시 832명, 755명, 805명으로 꾸준하다. 학교폭력 전문인 법무법인 동주 나현경 변호사는 "청소년 관련 의뢰 중 70%가 성범죄일 정도"라고 전했다.

학생들이 디지털 성범죄로 학폭위 처분을 받은 건수도 최근 3년간 1,700건이 넘었다. 강 의원실이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 8월까지 전국 초중고 학폭위에서 디지털 성범죄로 처벌한 건수는 1,727건이었다. 이 중 44.3%가 6~9호 처분이다. 숫자가 커질수록 심각한 처분인데 중대 조치 중엔 6호가 405건으로 가장 많았고, 8호(전학) 256건, 7호(학급교체) 83건, 9호(퇴학) 21건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아동은 디지털 성범죄를 '놀이'나 '과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성교육과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시립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의 이명화 센터장은 "디지털 가해 청소년들을 상담하다 보면 일반 성폭력 가해 청소년에 비해 범죄 인식 정도가 낮다"며 "일반 성폭력 가해자들은 범죄를 숨기는 반면 디지털 성폭력 가해 청소년들은 불법촬영물을 SNS에 유포하고 공유하는 등 또래집단에서 우월감을 과시하기 위해 행위를 드러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이나 도박사이트에서 접한 성인들의 성폭력이나 성희롱 발언을 학생들이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나 변호사는 "학폭위 처분은 가해학생의 교육적, 선도적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 초점을 맞추기도 해서 저학년일수록 중한 처벌을 내리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 센터장은 "처벌만 강조하면 가해자들이 재수 없어 걸렸다고 생각하고 재범을 저지르기도 한다"며 "비행의 고리를 끊어주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제어하는 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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