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농심 함께 만든 라면축제 가봤더니
지역 셰프 15인이 만든 라면 요리 맛보고
시중가보다 저렴한 농심 라면 한가득 사고
알고 보니 농심 구미공장서 갓 튀긴 라면
경북 구미시 구미역 맞은편 475m 길이의 4차로 도로를 막고 사흘 동안 열리는 '2024 구미라면축제'가 막을 올린 1일 오후 2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에 한산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우산을 쓴 인파로 붐볐다. 사전 심사를 거쳐 뽑힌 15인의 '라면 셰프'가 각자 차린 부스에는 5~15명씩 차례를 기다렸다. 구미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은 컵라면볶음밥, 불맛대패라면, 야채곱창라면, 칠리라면 타코 등 자체 개발한 요리를 내놓았다.
독일식 짜장라면을 파는 곳의 라면 셰프는 다진 고기를 빨리 조리하려고 화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것도 모자라 대형 토치까지 동원했다. 다른 지역 라면 맛집, 일본·베트남 등 해외 면 요리 시식까지 더하면 23개의 부스가 손님을 맞았다. 행사를 연 구미시 설명처럼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레스토랑'이었다.
도로 위에 깔린 좌석 2,000개는 오후 3시쯤 60% 정도 차 있었다. 점심 식사 시간이 아님에도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라면 요리를 즐기고 있던 셈이다. 농심이 행사장 한편에 준비한 라면 판매장에는 대기 인원만 100명 정도 돼 보였다.
"지금 안 사면 안 될 것 같다"는 방문객 목소리를 뒤로하고 가격표를 봤더니 신라면 5개를 담은 묶음 상품이 3,600원이었다. 한 개에 720원꼴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보다 쌌다. 방문객 대부분은 농심이 준비한 신라면, 안성탕면, 너구리, 짜파게티, 신제품 신라면 툼바 등 5종을 모두 구매해 커다란 봉지에 들고 나섰다. 40봉지가 들어있는 라면 박스를 한 아름 안고 엉거주춤 다니는 이도 있었다.
국적도 다양 "신라면, 태국서 유명해요"
신라면 툼바만 따로 맛볼 수 있는 농심 팝업스토어(임시매장), 자신만의 라면을 제작하는 라면 공작소까지. 구미라면축제를 찾은 이들은 연령대는 물론 국적도 다양했다. 한 달 전 구미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태국인 바이포(20)는 "태국에서도 유명한 신라면을 한국의 축제에서 접하니 재밌다"며 "태국 음식과 비슷한 우삼겹 미고랭 라면을 골랐는데 너무 맛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3회째인 구미라면축제는 관광 인프라가 약한 공업도시 구미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라면을 앞세워 사람을 모으고 지역 경기를 살리는 모범적 지역 축제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대구에서 온 이혜연(59)씨는 "남편과 함께 이곳에 오면서 구미가 과거의 번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얘기를 나눴다"며 "이 축제로 구미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미라면축제가 단시간 내에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농심의 든든한 후원도 빼놓을 수 없다. 농심은 1990년 9월 구미공장을 세우면서 구미에 터를 잡았다. 30년 넘는 인연을 바탕으로 구미시와 함께 1회 때부터 구미라면축제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 특히 농심은 구미공장에서 갓 튀겨 만든 라면, '갓라면'을 요리용으로 제공하고 현장에서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날만 해도 3교대로 돌아가는 구미공장에서 야간조가 생산한 따끈따끈한 라면을 새벽에 가져왔다.
구미공장 야간조가 만든 라면, 새벽에 공수
구미공장은 포장 기준 라면을 1초에 5개씩 내놓는 고속 생산 라인을 중심으로 봉지라면, 용기면, 스낵 등 42종의 제품을 만든다. 핵심 제품 신라면은 연간 생산량의 75%를 여기에서 책임진다. 내수시장을 겨냥한 공장이지만 수출 신기록을 계속 쓰고 있는 K라면 인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 물량 생산에도 힘을 보탠다.
김상훈 농심 구미공장 공장장은 "축제에서 즐길 수 있는 갓 만든 라면은 바로 생산해서 맛있고 호기심도 자극한다"며 "구미라면축제는 전 국민이 함께 즐기는 대표적인 지역 축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난해 구미라면축제 기간 3일 동안 9만 명이 찾았고 축제 기간 소비액은 직전 일주일보다 17% 많았다"며 "구미 하면 맛있는 라면을 떠올릴 수 있도록 축제 때 파는 라면 요리를 일년 내내 판매하는 상설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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