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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은 근시… 소아·청소년 근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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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은 근시… 소아·청소년 근시 ‘빨간불’

입력
2024.11.05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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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 내 소아근시 크게 증가
성장기 내내 진행되는 만성질환
전문의 상담 후 적절한 치료법 찾아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영유아 검진에서 난시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안과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다가 아이가 네 살 되던 때부터 안경을 썼거든요. 시력 발달 속도가 더뎌서 최근 검진을 해봤는데, 근시까지 심해졌더라고요.”

서울에서 5세 아이를 키우는 한모(37)씨는 “병원에선 안경을 잘 씌우면 선명한 망막 상을 만들어 시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근시가 더욱 악화할까 봐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엎드려서 책 읽는 습관이 아이의 시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누워서 또는 엎드려서 책을 읽을 경우 눈과 책 사이의 거리가 가깝게 돼 시력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어린이의 눈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 근시를 앓는 소아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성인이 될 경우 고도난시로 이어지면서 여러 안질환을 앓게 될 수 있다.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황반변성, 녹내장도 그중 하나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10세 근시 환자는 약 26만 명(2022년 기준)이다.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는 0~9세 소아의 25%, 9~19세에선 약 48%가 근시일 것으로 추산한다. 소아부터 19세 미만까지 범위를 넓히면 전체의 60% 안팎이 근시를 앓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소아근시는 심각한 수준이다. 앞서 9월 중국 연구진이 5~19세 소아‧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을 재분석해 ‘영국 안과학회지’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한국 소아‧청소년의 근시 유병률(73.94%)은 일본(85.9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싱가포르(44.05%)나 중국(41.11%)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이탈리아는 33.15%, 스웨덴은 28.00% 수준이다.

해당 연구는 아시아와 아메리카, 유럽 등 전 세계 50개국의 5~19세 소아‧청소년 약 541만 명을 대상으로 한 276건의 기존 연구를 분석한 것이다. 백혜정 가천대 길병원 안과 교수(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장)는 “아시아에서 단시간 내 소아근시 인구가 가장 많이 증가한 나라가 한국”이라며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근시와 원시, 난시는 초점이 어디에 맺히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눈의 굴절력이 고르지 못해 한점에서 초점이 맺히지 않는 게 난시, 망막보다 뒤쪽에 초점이 맺히는 게 원시다. 근시는 망막보다 앞쪽에 초점이 맺혀 멀리 있는 사물을 잘 보지 못하는 것으로, 안구 앞쪽에서 뒤쪽까지의 거리인 안축장 길이가 길어지면서 앓게 된다.

소아기에 발생하는 근시는 초등학교 입학 전인 6세쯤 시작돼 성장이 끝나는 시기까지 계속된다. 백 교수는 “소아‧청소년 시기에 근시의 진행을 최대한 늦춰 향후 고도근시를 앓지 않게 하는 게 소아근시 치료의 목표”라고 말했다.

근시 치료는 크게 광학적인 방법과 비광학적인 방법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광학치료법으로는 드림렌즈라 불리는 각막굴절교정렌즈가 있다. 잠을 잘 때 착용하는 것으로, 일반 렌즈와 달리 가운데 부분이 주변부보다 평평해 수면 시 각막의 중심부를 눌러 굴절력을 낮춰준다. 자고 난 다음 날 일시적으로 시력이 개선되기 때문에 안경 없이도 생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꾸준히 착용했을 땐 시력 개선 효과도 있다. 소아·청소년기에 쓸 경우 근시 진행을 약 30% 늦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기에 착용하는 만큼 안구 길이나 각막 형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3~4개월마다 안과 전문의에게 검진을 받는 게 좋다. 하드렌즈 특성상 착용 시 이물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다. 최근엔 착용 편의성을 높인 소프트렌즈도 나왔다.

근시 진행을 늦출 비광학적인 방법에는 아트로핀 치료법이 있다. 아트로핀은 안구 길이의 성장을 억제해 근시 진행 속도를 늦추는 점안액이다. 사용이 간편하지만 시력교정 효과가 없기 때문에 안경 등을 착용해야 한다. 투여 후 동공이 확장되면서 눈부심이나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백 교수는 “드림렌즈는 각막세포의 변형, 아트로핀 점안액은 안약 부작용 등이 있을 수 있어 환자 개인에게 알맞은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가 눈을 찡그리거나 고개를 기울인 채 앞을 보는 행동을 한다면 소아근시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근시 진단을 받는다면 10년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전문의 상담을 통해 아이의 근시 진행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한 후 아이에게 적합한 치료방법을 택하는 게 중요해요.”

소아 근시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 필요한 건 생활습관의 변화다. 걷거나 흔들리는 차 안에서 영상 보지 않기, 책 읽기 등 20~30분 가까운 곳을 집중해 봤다면 이후엔 멀리 보면서 눈 풀어주기 등이 있다. 엎드려 있으면 홍채의 조절력에 피로감이 쌓이기 때문에 바른 자세와 적당한 조명도 중요하다. 홍채는 수정체 앞에 있는 동공 주위 조직으로, 수축과 이완으로 동공의 크기를 조절한다.

백 교수는 “소아 근시는 한 번 발생하면 안구의 성장이 멈출 때까지, 아이의 청소년기가 끝날 때까지 성장기 동안 계속해서 나빠지는 만성 질환”이라며 “소아 때부터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고도근시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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