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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맹' 견지하던 인니, 러시아와 첫 군사 훈련… 중·러 밀착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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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맹' 견지하던 인니, 러시아와 첫 군사 훈련… 중·러 밀착 가속화

입력
2024.11.04 17:29
수정
2024.11.04 18: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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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러시아, 사상 처음으로 양자 군사협력
지난달 중·러 주도 브릭스 가입 절차도 시작
"인니의 '외교 정책 전환' 시작 알리는 행보"

3일 인도네시아 자바섬 수라바야 항구에서 러시아 해군 입항 환영식이 열린 가운데, 러시아 측 장성(왼쪽)과 인도네시아 해군 장성이 악수하고 있다. 수라바야=타스 연합뉴스

3일 인도네시아 자바섬 수라바야 항구에서 러시아 해군 입항 환영식이 열린 가운데, 러시아 측 장성(왼쪽)과 인도네시아 해군 장성이 악수하고 있다. 수라바야=타스 연합뉴스

‘비동맹’ 노선을 걷던 인도네시아가 중국·러시아와 바짝 밀착하고 있다. 양국이 주도하는 신흥국 연합체 브릭스(BRICS) 가입 절차를 공식화한 데 이어, 사상 처음으로 러시아와의 합동 군사 훈련까지 개시했다. 중립 외교를 표방하던 인도네시아의 ‘변심’에 서방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4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해군은 이날 자바해에서 러시아 해군과의 합동 훈련에 돌입했다. 오는 8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훈련에 러시아는 코르벳급 군함 3척과 중형 유조선 1척, 예인선 1척, 군용 헬기 등을 파견했다. 현지 언론들은 러시아 함정 입항 장면과 군악대 환영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인도네시아군이 러시아군과의 공동 훈련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차원에서 실시된 군사 훈련에 러시아도 참여한 적이 있을 뿐, 양자 간 군사 협력에 나선 적은 없었다.

강대국 간 힘겨루기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는 ‘비동맹’을 표방하는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미국 등 서방과 중국, 러시아를 가리지 않고 사안별로 협력해 왔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양측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중립을 지켰다. 2022년 조코 위도도(조코위)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각각 찾아 중재를 시도하기도 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왼쪽)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지난 7월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라보워 수비안토(왼쪽)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지난 7월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지난달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는 무게 추가 중국·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다. 앞서 프라보워 대통령은 올해 7월 대통령 당선자 겸 국방부 장관 자격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는 훌륭한 친구”라며 “(취임 후) 양국 간 더 긴밀한 관계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프라보워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달 25일, 인도네시아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대표단을 보내며 회원 가입 절차도 시작했다. 브릭스는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에 대응하기 위해 주도하는 다자협의체다. 두 나라는 2억8,000명의 인구 대국이자 동남아 맹주인 인도네시아 영입에 공을 들여 왔지만, 조코위 전 대통령은 올해 초까지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인도네시아 태도가 바뀐 셈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다음 달 8일 중국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도 만난다. 대통령 당선 이후 시 주석을 만나는 것은 올해 4월 이후 두 번째다.

서방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AFP통신은 “인도네시아 외교 정책 전환의 시작을 알리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포스트는 “인도네시아는 오랫동안 (러·우) 전쟁에서 한쪽 편을 드는 것을 거부했으나, 새로 취임한 프라보워가 모스크바(러시아)와 강력한 관계를 맺으려 한다”며 “러시아의 외교적 고립을 추구하는 서방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고 짚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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