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 시정권고
이미 체결된 계약엔 소급 적용 X
공정거래위원회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약관 일부 조항을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임대인 잘못만으로 HUG가 보증을 취소해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HUG의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 심사 결과, 보증 취소 관련 조항을 수정·삭제 권고한다고 5일 밝혔다. 시정권고 기한은 60일이다. HUG가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도마에 오른 조항은 해당 약관 제14조(사기행위에 대한 특례)다. ‘민간임대주택 임대인이 사기·허위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거나 이를 근거로 보증을 신청한 경우 집을 빌린 사람의 귀책 사유가 없음에도 HUG가 일방적으로 보증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공정위는 임대인 잘못으로 보증이 취소되는 것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약관법에 위배된다고 봤다.
실제 최근 부산에선 1명의 임대인이 '무자본 갭투자'로 주택 190가구를 매입, 4년간 임차인 150여 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약 190억 원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다. HUG는 해당 약관 조항을 이유로 보증을 취소, 이로 인해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자 신고로 조사에 나선 공정위는 약관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임대인의 귀책 사유만으로 보증 계약이 깨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현행법과도 충돌한다. 상법은 보험 계약자의 사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피보험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없다면 보험자가 보험금액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신용호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이 약관은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사업자에게 법률상 부여되지 않은 해지권을 부여하는 조항으로도 볼 수 있다”며 “민간임대주택제도 목적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보증 계약에 따른 임차인의 기본적 권리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정위 조치로 약관이 개정되더라도 이미 체결된 계약에 대해선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신규 계약부터 수정 약관이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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