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뒤진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 대오에서 낙오되고 있다. 인텔이 추락했고, 커피업계의 제왕 스타벅스도 저가 커피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삼성의 상징은 '초일류', '초격차'다. '초격차'를 자랑하던 기업이 '경쟁력 저하'를 자인하고 주식 하락세를 보인 것은 예견된 일이다.
반도체분야 연구·교육의 석학 황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첨단기술을 선도할 능력 있는 인재가 삼성에 결여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삼성의 조직문화에는 경영진이 결정할 때까지 직원들은 움직이지 않기에 이 과정에서 개발 속도가 느려지는 측면이 있다. 관료주의 조직문화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주역이었던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도 삼성의 관료화를 인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의 기술리더십이 톱다운 방식으로 선회한 것은 바람직하다. 20년 경력의 한 반도체맨은 보신주의에 물든 조직문화와 절대 실패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삼성전자 위기 요인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현장의 조직문화 혁신을 통한 기술적 리더십 회복을 강조한다.
삼성의 위기론에 대해 삼성반도체를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삼성 임직원과 전문가들의 기술 리더십 실종과 긴장감이 사라지고 느슨해진 조직문화를 인정한다. 상실된 혁신 능력을 극대화해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기술만이 살길'이라는 명백한 진리에 충실하게 의사 결정 시스템과 경영 체제를 바꿔야 한다. 작금의 삼성 사례를 보면서 "혁신은 지속적 개선이 필요한 것"인 동시에 "협력과 소통이 필요한 것"이라는 세계적 경영컨설턴트 톰 피터스의 지적이 떠오른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혁신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 했다.
삼성은 특급 기술인재들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하고 '애니콜 화형식' 같은 정신을 되찾는 각성이 필요하다. 치열함, 토론, 자율성, 도전, 모험, 자부심 등이 되살아나야 한다. 실종된 '이건희 정신'의 회복, 조직문화 혁신이 필요하다. 시대의 흐름을 꿰뚫는 전략적 판단 능력, 경쟁자들을 압도하던 속도, 최고와 1등이 되지 못하면 큰일이라고 여겼던 정신도 되살아나야 한다.
삼성전자의 미래는 오직 초격차 유지에 달려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내외의 반대와 불가능성을 극복하고 '아이언 돔'과 같은 초혁신에 성공한 사례와 일본 소니·히타치의 부활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심기일전으로 자세로 초격차에 의한 경쟁력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위기는 곧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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