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없이 물리력 행사,
국가가 500만 원 배상" 판결
'자가격리' 위반 형사재판도 무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에 도심 집회에 참여한 시민의 주거지에 문을 따고 진입해 강제로 검체 채취 검사를 한 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손광진 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30일 "국가는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무원들의 행위는 직무 집행에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평가된다"고 밝혔다.
경기 광명시에 거주하는 A씨는 2020년 8월 15일 같은 교회 교인들과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했다. 당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던 시기로, A씨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다수 확진자가 생겨났다. A씨 역시 집회를 다녀온 후 기침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주변 시선은 따가웠다. A씨를 두고 "기침을 자주 하면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등 민원이 계속 접수되자 광명시는 방역당국 지침에 따라 보건소 공무원들을 통해 A씨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독려했다. 다른 교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검사받기를 거부했다.
결국 광명시 보건소는 경찰·소방관을 대동하고 A씨 자택을 찾아갔다. 그가 문을 열지 않고 버티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공무원들은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은 채로 검사했다. 이튿날 양성 반응이 나오자, 그가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는지 집 근처에서 감시하다가 외출 현장을 포착해 고발하기도 했다.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형사재판에서 쟁점은 '보건소가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의 절차적 정당성'이었다. 사건 당시 법령엔 '감염병 환자'에 대해서만 강제 조사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고, A씨 같은 '감염병 의심자'에 대한 강제 검사 조항은 2020년 9월 말에야 신설됐기 때문이다.
2년간 심리를 거친 1심 재판부는 2022년 5월 무죄를 선고했다. 법적 근거 없이 강제된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이유로 자가격리 조치가 이뤄졌으니 처벌할 수는 없다는 논리였다. 검사가 항소했으나 올해 5월 기각됐고, 다음 달 판결은 확정됐다.
A씨는 1심 결과를 토대로 2022년 8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일부 승소했다. 재판부는 "공무원들이 법적 근거 없이 물리력을 행사한 건 코로나19로 인한 급박한 상황과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국가 책무를 고려해도 객관적 정당성이 있는 행위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광명시 보건소장이 국가와 함께 공동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A씨 주장에 대해선 "법적으로 보건소장은 코로나19 검사 주체가 아니고, 보건소장 개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용 금액도 청구액 5,000만 원의 10%인 500만 원으로 제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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