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이제는 바이오] <8>한미약품
근육량 줄지 않는 신개념 비만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연구 미국 학회서 공개
비만 치료의 질 높일 잠재적 가치 기대
편집자주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수출을 이끌던 산업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미래 기술한국을 주도할 새 성장동력으로 제약·바이오 분야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한국일보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쟁력과 기술력, 성장 전략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빅파마들의 비만 치료제와 다른 성분의 신약 후보물질이 근육은 늘리고 지방만 선택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한미약품은 자사가 개발 중인 이 물질이 비만 치료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서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6일 한미약품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미국비만학회 학술대회에서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HM17321)의 동물실험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 물질의 체중 감량 효과는 기존 비만 치료제들과 유사했다. 그러면서도 지방을 제외한 몸무게와 근육량은 증가시키는 특성을 보였다. 한미약품 연구진은 이를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빅파마의 비만 치료제와 비교해 확인했다. 특히 실험동물에게 매달리기를 시켜본 결과 자사 물질을 투여한 동물의 근육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GLP-1)과 비슷한 물질이 주성분인 빅파마의 비만 치료제들은 15~20%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지만, 최대 40%까지 근육이 손실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또 식욕 억제 현상이 심해져 약 투여를 멈추면 기초대사량이 줄어들고 다시 살이 찌는 요요 현상이 나타나는 게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달리 한미약품의 후보물질은 체중 감량과 근육 증가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기존 약들과 성분이 다른 만큼 임상시험이 순항한다면 비만 치료용 최초 신약(First-in-Class)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기존 약들보다 가격도 낮을 거란 예상이다. 최인영 한미약품 연구개발(R&D)센터장은 "비만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고, 양적·질적으로 우수한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잠재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한미약품이 공들여온 '한미 비만 프로젝트'의 신약 후보물질은 총 3가지가 됐다. 개발 속도가 가장 앞선 건 빅파마 약과 성분이 같은 '에페글레나타이드'로, 올 초 국내에서 임상시험 3상에 들어갔다. 2026년 하반기 임상을 종료하고 이듬해 출시할 계획이다. 또 이미 출시된 비만 약들의 주요 성분 3가지를 각각 최적화해 만든 '삼중작용제' 물질은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고, 내년 2상 진입이 목표다. 여기에 이번 미국 학회에서 공개한 것까지 총 3가지 후보물질을 먹는 약, 복합제, 디지털치료제 등으로 효능을 극대화하는 시너지 모델도 연구 중이라고 한미약품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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