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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으로 시진핑 때리던 트럼프... 尹, 미중 사이 '몸값 올리기' 관건

입력
2024.11.11 09: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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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트럼프의 귀환, 기로에 선 한미동맹
트럼프 2.0 "모든 중국산 제품 60% 관세" 예고
무역 분쟁 이어 기술 전쟁 벌이는 미중 사이서
새우등 터지는 미래 예고 한국 외교...갈 길은?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선자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사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선자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사카=AP 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과정에서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누차 공언해왔다. 집권 1기인 2018년 '관세 폭탄'을 쏟아내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몰아세웠던 무역전쟁의 대결구도를 얼마든지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동맹 미국과 이웃나라 중국이 다시 정면으로 맞붙는 고약한 상황에 놓일 처지다. 쌍방 누구도 한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만큼, 중간에 끼인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의 몸값을 끌어올려 미중의 압박에 맞서고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트럼프 2.0... 미중관계 어떻게 흘러가나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대선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P 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대선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P 뉴시스

중국이 먼저 견제구를 날렸다. 시 주석은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7일 축전을 보내 "화합하면 양쪽 모두 이로울 것이나 싸우면 모두 다친다"(合則兩利 鬪則俱傷)라고 강조했다. 앞서 무역전쟁 당시 트럼프가 관세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미중관계를 협력이 아닌 경쟁으로 규정하자 시 주석이 내놓았던 문구다. 향후 양국관계가 미국의 선택에 달렸다면서 묵직한 경고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막무가내다. 대중 강경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선에 앞서 발표한 미 공화당 정강정책에는 '중국으로부터의 전략적 독립'을 대중국 정책의 근간으로 못 박았다. 구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철회 △중국산 필수 재화 수입 단계적 중단 △중국인의 미국 부동산 및 기업 구매 금지 △중국산 차량 수입 금지 등이 담겼다. 중국과의 교역을 줄이고 일부는 단절하며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강화하겠다는 엄포나 다름없다.

물론 트럼프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은 변수로 남아있다. 중국을 들었다놨다 하며 헷갈리게 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기간 "시 주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며 오히려 개인적 친분을 과시했다. 통상적인 외교절차를 무시하고 정상 간 톱다운(상의하달) 방식의 신속한 문제해결을 선호하는 트럼프의 특성상 돌연 거래를 제안하듯 시 주석과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

반면 바이든 정부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유럽과 촘촘하게 구축해온 대중 견제망은 균열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장은 10일 "트럼프 당선 전부터 중국은 새로운 정부와의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거래 조건 준비 작업에 착수하고 있었다"며 "중국이 금융시장 개방 등을 먼저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 주석이 일찌감치 '핵심 이익'으로 규정한 대만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트럼프는 대만 유사시 미국의 군사지원에 부정적이다. 또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분야의 독보적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 반도체 산업을 해친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내심 쾌재를 부르는 부분이다.

동시에 트럼프는 집권 1기 당선자 시절 '하나의 중국(대만을 개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방침)' 원칙을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잇따라 내놓아 긴장감을 고조시킨 전례가 있다. 하나의 중국을 고집해온 시 주석과 중국이 견딜 수 없는 대목이다. 트럼프가 대만을 매개로 중국을 쥐락펴락한다면 무역전쟁에 더해 미중 충돌양상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 美 올인하는 외교에서 벗어날 때

윤석열 대통령이 6일 강원도 춘천 강원도청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6일 강원도 춘천 강원도청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국의 처지가 다급해졌다. 우리는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동시에 중국으로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다. 양국 모두와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구조다. 그랬다간 다른 한쪽이 통상 압박수위를 높이거나 외교관계를 악화시켜 곤란한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 취임 이후 사실상 한미동맹에 올인하며 '미국 일변도' 외교를 펼친 윤석열 정부로서는 전면적인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대안으로 트럼프 1기 미중 무역전쟁 당시 유럽국가들과 호주가 채택한 '전략적 자율성'이 꼽힌다. 안보는 미국과의 동맹에 치중하면서, 통상은 중국과 활성화하는 실용적 접근을 뜻한다. 다만 한반도의 현실과는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중 경쟁이 막 시작될 시점에는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현재처럼 갈등이 격화한 상황에서는 '철 지난 담론'"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미중 사이에서 '양자 택일'의 압박을 줄이려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게 급선무다. 최근 중국이 한국에 손을 내미는 건 다행이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북러의 군사협력과 밀착이 극에 달하자 반작용으로 중국은 한국을 선택하는 것이다. 앞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가 만난 이래 고위급부터 민간까지 양국의 교류와 대화 채널이 전방위로 가동되고 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중일 협력도 병행해 역내 외교 공간을 넓혀야 한다"며 "특히 내년 경주에서 한국이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 사이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대중외교의 수준을 높여 대미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이상, 미국에 모든 것을 의존하면 끌려다니게 된다"고 조언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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