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돌아온 스트롱맨, 요동치는 한반도
트럼프 2.0 행정부 SWOT 분석
전문가들 "변칙성 고려한 거래 가능"
"美 안보지원에 따른 경제적 부담 증가"
'스트롱맨' 도널드 트럼프가 돌아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줄곧 외치더니 대통령 당선 확정 일성으로 "미국인을 위한 위대한 승리"를 선언했다. 8년 전 '트럼프 1기' 때보다 지독해진 미국 중심주의다. 심지어 "동맹국이 적대국보다 미국을 더 이용해왔다"며 가치는 뒷전이고 실리를 최우선으로 추구한다.
한국은 다시 격랑 앞에 섰다. 바이든 정부와 공들인 한미·한미일 안보협력이 뒤틀릴 수 있다. 주한미군 철수 엄포부터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까지 전례 없는 고강도 압박이 우려된다. 트럼프의 강점(S)과 약점(W),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가 직면한 기회(O)와 위협(T) 요인을 짚어봤다.
강점(Strength)... 목표를 위한 결정은 통 크게, 실행은 과감하게
1기 집권 당시 트럼프는 사업가 특유의 뚝심과 결단으로 과감하게 북한을 상대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압박'과 '대화' 카드를 동시에 꺼내들었다. 선제적 대북 예방타격, 이른바 '코피 전략'까지 들먹이며 거침없었다. 집권 첫해인 2017년 내내 전쟁설이 한반도를 휘감았고, 그해 9월 6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도발은 정점을 찍었다. 같은 달 유엔총회에서는 '화염과 분노', '괌 포위 사격' 말폭탄까지 쏟아내며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후 반전이 시작됐다. 2018년 완연한 대화기조로 돌아섰다. 판문점에서 북미·남북미 정상이 만나는 세기의 장면을 연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 의사를 밝히자 즉각 호응했다. 참모진이 만류했지만 속전속결로 성사시켰다. 상대를 몰아붙이는 트럼프의 '통 큰' 접근으로 북한과 물꼬를 텄다.
약점(Weakness)... 즉흥적이고 권위적, 정책 구체성·지속성 떨어져
트럼프는 늘 디테일이 부족했다. '디테일의 악마'에 유독 약한 모습이었다. 약점이 노출될 때면 책임을 떠넘기며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이민자 통제 정책인 '국경 장벽'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첫 대선을 치른 2016년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벽을 세우고 비용을 멕시코가 내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멕시코는 협상에 응하지 않았고, 양국 정상회담은 거듭 불발됐다. 이에 미 의회 승인 없이 국방부 예산을 전용해 장벽을 건설하려다 법원에 제동이 걸렸다. 마티 라츠 협상전문가는 저서 '트럼프의 진짜 거래'를 통해 "당장의 우위만 점하려는 트럼프의 공격적인 협상법은 구체성과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진다"며 "국경장벽 이슈도, 북미대화도 흐지부지됐다"고 지적했다.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과 달리 성과없이 결렬됐다. 트럼프가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잔뜩 기대하고 나온 김정은은 망신을 당했다. 이후 북한은 대화의 문을 닫고 핵능력을 키웠다. 그 결과 비핵화는 현재 악화일로의 상태다.
기회(0pportunity)는 있다... "트럼프의 유연성을 활용하라"
트럼프에게는 외교도 안보도 모두 '비즈니스'다. 이익에 따라 태도를 확 바꾼다. 변덕스럽지만 우리 정부가 파고들 부분이다. 이미 국제정세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보듯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제임스 김 한미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7일 "예측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안정된 국제정세가 보장된 건 아니었다"며 "오히려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가들은 트럼프의 가변성을 이용해 새로운 변화를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과를 거둔 전례도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인상과 주한미군 역할 축소를 요구하자 우리 정부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 미사일 지침 파기를 관철시키며 미사일·위성 개발의 걸림돌을 줄였다. 안보분야 전직 당국자는 "트럼프가 방위비분담금을 더 달라거나 핵동결을 대가로 대북제재 완화를 추진한다면 반대로 우리는 자체 핵무장이나 핵잠재력 확보를 요구조건으로 내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트럼프의 분담금 인상과 국방력 강화 요구 또한 K방산 수출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칙 플레이에 당하면 코리아 패싱 위기(Threat)
기회는 반대로 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에 부정적이다. 전쟁을 끝내는 과정에서 변칙적으로 동맹인 한국에 더 많은 기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자협의체를 건너뛰는 것이다. 홍태화 미국 외교정책연구소 유라시아 연구위원은 "트럼프 복귀 이후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약화하면서 유엔이나 국제기구를 통한 문제해결 메커니즘도 빠르게 힘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직거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비핵화 해법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경우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 들어 빈번해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각종 도발의 원인을 "강력한 대응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해결사를 자처해왔다. 특히 과거 김정은과의 인연과 친분을 강조한다. 자연히 북미 최고위급 직접 대화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2018년 6월 남북미 판문점 회동 당시 트럼프가 문재인 대통령의 동행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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