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묵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
'주인이 명령을 내릴 것이니, 너는 귀를 쫑긋하고 들어 보거라.'
일찍이 개에게 글을 쓴 사람이 있다. 고려의 대문호 이규보(1168~1241)다. 그는 기르던 개 반오에게 띄우는 '반오에게 명하는 글(명반오문)'을 지었다. 개에게 명령을 내리는 글은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없다. 애견인의 역사는 유구한 건지도 모르겠다.
책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는 '명반오문' 등 개에 대한 옛글 31편을 엮은 "개와 관련한 문학선집"이다. 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고백한 이종목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개를 좋아하는 세상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냈다.
개가 애완의 대상을 넘어 반려의 존재가 된 시대라지만 비하의 뜻으로 '개'가 쓰이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개망나니', '개 같은 경우', '술만 먹으면 개가 된다' 등. 조선시대에도 별반 다르진 않았다. 집에서 기르는 여섯 가지 가축(육축, 소·말·돼지·양·닭·개) 중에 개를 가장 천하게 여겼다.
그럼에도 "우리 땅에 사람보다 나은 개가 이렇게 많았다". 우애가 있는 개, 다른 새끼를 거두어 키운 개, 어미 개에 대한 효심을 가진 개, 어미 개의 원수를 갚는 개, 불심이 있어 시체에서 사리가 나온 개, 주인 목숨을 구하고 죽은 개, 억울하게 죽은 주인을 위해 복수한 개, 주인이 죽자 따라 죽은 개… 선조들은 '사람이 개만 못한 세상'을 비웃듯 개에 관한 이런 글들을 남겼다. "개를 통해 인간을 꾸짖"기 위해서다. 이때 엿보이는 옛사람들의 개에 대한 인식은 오늘날의 애견이나 반려의 의미와는 거리가 다소 있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개는 예나 지금이나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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