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올드 맨' 시즌1, 2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디즈니플러스 바로 보기 | 15부작 | 15세 이상
노인 댄(제프 브리지스)은 혼자 산다. 아내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났다. 댄은 하루하루를 쓸쓸히 보내나 늘 주변을 경계한다. 맹견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기도 하다. 외딴곳에서 홀로 사는 댄을 누가 왜 노리는 걸까. 어느 날 밤 댄의 집에 괴한이 침입한다. 댄은 심상치 않은 몸동작으로 괴한을 제압한다. 댄은 과거에 어떤 직업을 가졌을까. 그는 왜 은퇴생활을 즐길 나이에 누군가에 쫓기는 신세가 됐을까.
①30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슨 일이
댄은 미 중앙정보부(CIA) 요원이었다. 그는 30년 전 소련이 침공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맹활약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위해선 젊은 군벌 파라즈가 국가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따랐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댄은 파라즈와 등을 돌렸다. 늙은 댄은 파라즈 때문에 아내와 평생 도망 다니게 됐다.
댄은 딸 에밀리와도 만나지 않는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다. 둘은 매일 전화 통화를 나누나 보안에 신경 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과거는 망령처럼 댄과 에밀리의 현재를 괴롭히는 걸까.
②과거에 저당 잡힌 현재
CIA도 댄을 쫓는다. CIA 부국장 해럴드(존 리스고)는 젊은 시절 댄과 절친했던 동료다. 그는 댄 추격을 진두지휘하고 간혹 댄을 제거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도 하나 댄이 도망치도록 방조하기도 한다. 첩보의 세계는 비정하다고 하나 댄과 해럴드 사이에는 남들이 알아채지 못할 끈끈한 매개체가 있다.
드라마 초반은 댄의 도피 행각이 화면을 장식한다. 댄은 노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젊은이들과 몸싸움을 해도 밀리지 않고, 위험을 감지하는 첩보원의 예리한 감각이 살아 있다. 하지만 파라즈와 CIA의 추격은 끈질기다. 살인청부업자가 댄을 노리기도 한다. 이야기가 전진할수록 댄의 과거가 드러나고 보는 이는 반전의 재미를 즐기게 된다.
③아버지 세대를 극복하는 딸
미국 한 소도시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국경을 넘나든다. 댄과 해럴드의 활동 반경은 중동과 영국, 중국, 아프가니스탄으로 넓어진다. 댄의 딸 에밀리는 역할의 비중을 높여가며 조금씩 화면 중심부를 차지한다. 드라마 속 많은 반전이 그의 몫이다.
제목 '올드 맨'은 중의적이다. 생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세계라는 체스 판에서 말을 옮기는 미국 첩보계 거물 모건(조엘 그레이)의 별명이면서도 나이 든 댄과 해럴드를 가리키는 수식일 수 있다. 30년 동안 집념으로 댄의 행적을 쫓는 파라즈 역시 '올드 맨'이라 할 수 있다.
에밀리는 '늙은 남자'들이 세우고 다진 세계 질서를 따르지 않는다. 그는 21세기에 맞는 세상을 원하고,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려 한다. 시청자들은 조금씩 깨닫게 된다. 드라마의 진짜 제목은 '젊은 여자(Young Woman)'일지 모른다는 것을.
뷰+포인트
미국 작가 토머스 페리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도망자 CIA 요원이라는 설정이 독특하나 전형적인 첩보스릴러의 공식을 따른다. 암살과 음모, 배신이 뒤섞이며 스릴을 빚는다. 복잡한 가족애가 서사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점이 특이하다. 에밀리는 댄 이외에도 아버지들을 두고 있다. 제프 브리지스의 액션 연기가 놀랍다. 존 리스고 역시 연기에서 기운이 넘쳐난다. 브리지스는 75세, 리스고는 79세다. 제목은 여러모로 반어적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3부작(2017~2021)의 감독 존 와츠가 1, 2회를 연출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5%, 시청자 67%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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