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기간 EU에 "큰 대가 치러야"
2차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 우려
극우 약진 등 대내외 환경도 악화
유럽연합(EU)에 '미국과의 2차 무역전쟁'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재입성 시 "최대 20% 관세 부과"를 예고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유럽 철강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시작됐던 무역 전쟁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들끓으면서 유로화 환율은 벌써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EU 정상들, 일단 우정에 호소"
6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EU는 일단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날 트럼프 재선 직후 "대서양 파트너십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축하 성명을 냈고, 역내 주요 국가인 독일·프랑스 정상들도 잇따라 "협력을 이어나가자"고 선언했다. 폴리티코는 "EU가 (무역 전쟁을 시작하지 말자고) 우정에 호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EU 내부적으로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기간 "중국에 60%, 그 외 국가에 10~2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수차례 확언했기 때문이다. EU가 대미국 무역 흑자를 낸다는 이유로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한 적도 있다. 2018년 트럼프의 'EU 철강·알루미늄 각각 25%, 10%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미국과 한바탕 무역 전쟁을 치렀던 유럽으로서는 관세 부과 위협이 서늘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2차 전쟁은 더 힘들 것' 전망
게다가 '2차 EU·미국 무역전쟁' 파급력은 이전보다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공화당과 참모진, 의회를 장악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관세 부과 구상을 더욱 과감하게 실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의 미국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지는 등 미국이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아픈 곳'도 늘었다.
EU 대내적 분열이 어느 때보다 극심한 것도 약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맞서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EU 지도부와 '우크라이나 지원 철회 등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극우 진영 간 갈등이 벌써부터 표출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EU 전체를 상대하기보다는 양자 협정을 통해 역내 국가 간 분열을 조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무역전쟁 파급력이 독일에서만 향후 4년간 1,800억 유로(약 270조 원) 손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 같은 우려는 벌써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이날 유로·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1.77% 떨어져 1.073달러에 마감했다. 2016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낙폭으로, 트럼프 재선에 따라 미국·EU 경기 전망이 엇갈린 결과라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무역 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유럽 자동차 업체(BMW·벤츠·포르쉐·폴크스바겐 등) 주가도 6일 4~6%대 하락 마감했다.
루이스 데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이날 "(무역 전쟁이) 물가 상승 및 보복 관세 악순환으로 이어져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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