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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김건희 여사 국정개입 논란에 "육영수 여사도 야당 노릇"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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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김건희 여사 국정개입 논란에 "육영수 여사도 야당 노릇" 반박

입력
2024.11.08 04:30
3면
0 0

"제 처를 악마화...침소봉대는 기본" 억울함 토로
"프로토콜 안 지켜져" 사과...명태균 연락은 "몇 차례 문자" 일축
"외교 관례상 활동 이외엔 중단...부부싸움 많이 할 것"

동아시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1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동아시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1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김건희 여사를 향한 여론의 높은 비호감도에 대해 "(반대 세력이) 제 처를 많이 악마화시켰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에게 국정 관련 조언을 하는 것이 '부적절한 국정 관여'라는 지적에는 "육영수 여사께서도 '청와대의 야당' 노릇을 했다"고 적극 반박했다. 국민 눈높이와 다른 김 여사에 대한 윤 대통령 인식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여권에서는 김 여사 논란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제 처를 악마화...침소봉대는 기본" 억울함 토로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에 대한 야권의 의혹 제기를 '악마화'로 규정했다. 그는 “제가 검찰총장 할 때부터 저를 타깃(표적)으로 하는 거지만 저희 집사람도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그야말로 제 처를 많이 악마화시킨 것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김 여사의 신변을 둘러싼 의혹 제기를 사실상 '사실무근'이라고 감싼 것이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를 비롯해 정치권 주변 인사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도 크게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이었다.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한테 욕 안 먹고 원만하게 잘하기 바라는 그런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그건 국어사전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적극 반박한 것은 이런 대통령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는 평가다. 오히려 2021년 윤 대통령의 정계 진출 선언 직후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휴대폰에 온 지지자들 문자 메시지에 밤새 일일이 답장을 해준 일화를 소개할 때는 애틋함까지 묻어났을 정도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촬영일 미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촬영일 미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육영수 여사도 청와대 야당 노릇...국정농단 지적 맞지 않아"

'바람직한 영부인상'으로 꼽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 사례도 거론했다. 대통령은 "과거 육영수 여사도 청와대의 야당 노릇을 했다고 하는데, 그런 대통령에 대한 아내로서의 이런 조언을 마치 국정농단화(化)시키는 건 그야말로 우리 정치문화상이나 우리 문화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가 국정에 일부 관여하는 것은 내조의 연장선상으로 전례에 비춰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사과도 김 여사 조언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는 "밤에 집에 들어가니까 (기자회견 시기를 앞당겼다는) 기사를 봤는지 (아내가) ‘가서 사과 좀 제대로 해’ 이런 얘기를 했다"며 "억울함도 본인은 갖고 있겠지만 그것보다 어쨌든 국민들 걱정 끼쳐드리고 속상해하시는 것에 대한 그런 미안한 마음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도 국정 관여고 농단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프로토콜 안 지켜져" 사과...명태균 연락은 "몇 차례 문자" 일축

윤 대통령은 다만 김 여사가 외부 인사들과 잦은 접촉으로 논란이 된 데 대해서는 자세를 낮췄다. 그는 "과거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외부인과의) 소통 프로토콜(절차)이 제대로 안 지켜졌다"며
"불필요한 얘기들, 안 해도 될 얘기들을 하고 이렇게 해서 (논란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모든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조심하겠다"고 시정을 약속했다.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인 명태균씨와 친분에 대한 질문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엔 이전보다) 본인도 많이 (연락을) 줄인 것 같고, 몇 차례 정도 문자나 했다고 얘기하더라"고 답했다. 문자 내용에 대해서도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다"며 공천개입 의혹에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외교 관례상 활동 이외엔 중단...부부싸움 많이 할 것"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필요성에 대해서는 "외교 관례상, 또 국익 활동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저와 제 참모들이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 답변에 미뤄보면, 그간 논란이 됐던 김 여사의 서울 마포대교 시찰이나 개 식용 금지 입법 활동 등의 대내적인 행보는 자제하겠지만, 외교적 행사는 상황에 따라 참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대외활동 전면 중단' 요구나, 김 여사가 아예 두문불출해야 한다는 여권 일각의 주문과는 거리가 있는 답변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여사의 신중한 처신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앞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에게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선을 그으면서, 김 여사의 활동이 선을 넘지 않게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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