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전쟁' 향방 의식한 각국 정보 공작
투표소 협박 메일·가짜뉴스 배후엔 러시아
"中·이란, 트럼프·밴스 측근들 휴대폰 해킹"
2024 미국 대선 과정에선 해외 세력의 선거 개입 시도도 더욱 극심하고 대담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관련 허위 정보 확산은 '애교' 수준이다. 선거 당일 '투표소 폭탄 설치' 협박 이메일 발송은 물론, 대선 후보 변호인의 휴대폰 해킹 시도까지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인 만큼, 미국의 차기 대통령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각국의 사이버 공격 수위가 과거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사이버 공작으로 트럼프 밀어줘"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른바 '두 개의 전쟁'이 터진 후 처음 실시된 올해 미 대선을 겨냥한 외국의 사이버 공작에는 이전과는 다른, 뚜렷한 목표와 전략이 담겨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선거 당일인 5일 발생한 '투표소 폭탄 테러' 예고 사건이다. 경합주(州)였던 조지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의 일부 투표소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 이메일이 도착해 일시 폐쇄되는 소동이 일었는데, 조지아 내 애틀랜타 광역권의 민주당 지지 성향 지역에서 6건이나 발생했다.
배후는 러시아라는 게 미국 정보 당국 판단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해당 이메일들이 러시아 도메인에서 발송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NYT는 당국자를 인용해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러시아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투표를 위축시키는 공작을 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대선 승리를 거둔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내내 '재집권 시 우크라니아 지원 규모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 정보 당국은 선거를 틈타 '분열 조장' 목적의 온라인 허위 정보 유포도 유례없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케이트 콘리 미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 수석고문은 "러시아의 공작이 더 광범위해지고 정교해졌다"며 "유력 기관의 명칭과 로고가 삽입된 가짜 영상 사례들을 여럿 확인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CBS·CNN방송과 FBI 등의 이미지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이 아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떠돌던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 5곳에서 교도관들이 수감자 투표를 조작했다' '사망자 신원으로 투표가 이뤄졌다'는 허위 정보의 배후도 러시아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이란, 대선 후보 측근 '해킹 공격'
이에 더해 최근 몇 주간 중국, 이란, 쿠바에 의한 사이버 공격도 벌어졌다. CNN에 따르면 지난주 FBI는 중국 연계 해커들이 트럼프 당선자의 수석 변호인 중 한 명인 토드 블랑시의 휴대폰 속 음성 녹음과 문자 메시지를 탈취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해커들은 트럼프 당선자, JD밴스 부통령 당선자와 그 주변인은 물론, 민주당 고위 관계자도 표적으로 삼았다. 한 당국자는 "해킹 범위는 대중이 아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CNN에 귀띔했다.
지난 8월 트럼프 당선자의 또 다른 변호인인 린지 핼리건도 해킹 공격의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FBI는 "이란이 배후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중국·이란 정부는 모두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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