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원 2명 패인 분석 질문에
"성전환자 지지 행보 때문" 답변
"대선 쟁점 경제… 애먼 비난" 비판
2024 미국 대선에서 참패한 민주당 내에서 '성소수자 인권 지지 운동'과 거리를 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그간 당이 '성전환자'(트랜스젠더) 지지 행보를 보인 탓에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 및 민주당 패인은 '경제 전략 부재'였다는 점에서 이 같은 비난이 '손쉬운 먹잇감 찾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원의원 공개 질책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지지에 화살을 돌린 대표적인 인사는 민주당 소속 세스 몰튼 하원의원(매사추세츠)이다. 몰튼 의원은 이날 NYT에 "나는 두 명의 어린 딸이 (트랜스젠더) 남자에게 운동장에서 짓밟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간 민주당이 트랜스젠더 남성의 여성 스포츠 참가를 지지한 것이 2024 대선 패배 원인이라고 지적한 발언이었다.
몰튼 의원뿐만이 아니다. 토머스 스워지 하원의원(뉴욕)도 전날 NYT에 "생물학적 남성이 여성 스포츠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트랜스젠더 남성의 여성 스포츠 참가를 지지하는) 극좌에 아첨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하원의원 2명의 공개 질책은 민주당의 정책 입장 우경화 흐름을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 '비난 게임' 이어질 것"
그러나 성소수자 단체들은 이 같은 비판이 억울하다. 애당초 성소수자 의제는 11·5 대선 판세를 좌우할 핵심 의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국 CNN방송이 지난 5일 시행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들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슈로 △민주주의(35%) △경제(31%) △임신중지(낙태)권(14%) △이민(11%)을 꼽았다. 성소수자 의제는 질문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동성애 친화 정책을 지지하는 미국 유권자가 더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미국 성소수자 옹호단체인 '인권캠페인'(HRC)이 자체 집계한 11·5 대선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성애 친화 정책을 지지한다는 취지로 응답한 유권자 비율은 52%였다. 지난 7월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미국인 71%가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성소수자 지지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는 논리가 궁색한 이유다.
성소수자 단체들은 민주당이 경제·노동자 정책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패인 분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체성 정치에만 골몰하고 경제 정책을 내팽개쳐 둔 것'이 문제였을 뿐, 정치적 소수자와 거리 자체를 벌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의미다. 브랜든 울프 HRC 대표는 "민주당은 이번 대선 참패를 분석하는 데 앞으로 몇 년을 보낼 것"이라며 "그간 공화당의 표적이 된 사람들(성소수자 등)을 비난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당분간 민주당 내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단 성소수자 지지 문제뿐 아니라 온갖 쟁점을 두고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욕심 및 뒤늦은 대선 레이스 하차를 비난하거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대응 실패, 우경화된 언론 매체 환경 등을 전방위적으로 탓하는 ‘비난 게임’이 터져 나오고 있다.
NYT는 “백악관과 상·하원 다수를 모두 잃은 민주당에는 (혼란을 정리할) 리더십이 부족하다"며 "당직자들은 유권자들이 왜 그토록 단호하게 자신을 거부했는지 쉬운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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