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평소보다 어획량 많아
선박 전복 원인 가능성 집중 조사
수색 이틀째 추가 실종자 발견 못해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135금성호' 침몰사고를 조사 중인 해경은 평소보다 많았던 어획량이 선박 전복으로 이어진 복원력 상실의 원인일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9일 오전 제주해경경찰청에서 진행된 '135금성호' 침몰사고 중간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김대철 제주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조사 과정에서 구조된 금성호 선원들은 평소에 3∼5회 걸쳐 작업해야 될 어획량을 사고 당일 한 번에 잡았다고 똑같이 진술했다”며 “금성호가 복원력을 상실해 순식간에 전복된 이유가 평소보다 많은 어획량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선적 대형 선망어선인 135금성호(129톤급)는 바다에서 여러 척의 배가 역할을 나눠 한 팀(선단·船團)으로 조업하는 '대형선망어업' 어선이다. 선망은 밀집성 어종인 고등어, 전갱이, 삼치 등 어군을 확인하고 이를 포위해 어획하는 어업 형태로, 선장이 타는 본선이 70~150톤 규모인 경우 대형으로 분류한다. 129톤급 본선인 135금성호는 불을 밝혀 집어(集魚)를 맡는 등선(燈船) 2척, 그물에 걸린 고등어를 배에 실어 나르는 운반선 3척과 함께 총 6척의 선단을 이뤄 조업했다.
해경은 사고 당시 135금성호가 운반선에 한차례 어획물을 옮긴 뒤 다음 운반선을 기다리던 중 어획물을 가둬놓은 그물이 있던 선체 오른쪽으로 기울다가 순식간에 뒤집히면서 침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과장은 “1차 이적 작업으로 135금성호의 그물에 걸려 있던 약 200톤 가량의 어획물을 운반선으로 옮기 후에도 그물 내에 많은 고등어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평소보다 많은 어획량 외에도 사고 선박의 구조적 문제, 선망어업방식에 문제점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고 과정에서 135금성호 선원 27명(한국인 16명, 인도네시아인 11명) 중 한국인 선원 피해가 유독 컸던 이유는 사고 당시 선원들이 작업하던 갑판에서의 위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망어업인 경우 갑판 위에서 선원들이 위치를 바꿔가면서 순환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지는데, 사고 당시 위치에 따라 선체 전복 과정에서 선박에서 멀리 떠밀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해경 측의 설명이다. 이번 사고로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던 한국인 선원 A(57)씨와 B(54)씨가 숨졌고, 실종자 12명 가운데 10명이 한국인 선원이다.
'135금성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선원 12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은 사고 발생 이틀째인 이날 오전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해경은 전날부터 사고 해역인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 일대에서 수색작업을 진행했지만 실종자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수색과정에서 경비함정이 금성호 유류품으로 보이는 냉장고 잔해, 장화 등 7종 24점을 수거했다. 해경은 이날 해상 수색범위을 확대하는 한편 해안가에도 드론과 4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이어간다. 또 이날 해군 구난함인 광양함과 청해진함과 함께 수중수색도 이뤄질 예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135금성호 침몰위치가 최초 사고지점에서 북동쪽으로 370m 지점으로 이동한 후에도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날 수중수색은 심해까지 수색할 수 있는 해군 구난함의 수중 무인탐색장비(ROV)를 활용해 침몰 선박의 정확한 위치와 상태를 확인하고, 사고 위치 주변의 해저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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