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 18명 사고해역 방문
수중수색 통해 침몰 선박 상태 확인
‘135금성호 침몰 사고’ 둘째날인 9일 오후 1시쯤 사고수습대책본부가 위치한 제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 선원복지회관 앞 도로. ‘재난현장 회복지원’이라는 문구가 붙여진 버스가 대기 중이었다. 곧이어 실종자 가족 14명이 비통한 표정을 지은 채 하나둘씩 버스로 올랐다. 버스는 실종자 가족을 사고 해역으로 데려갈 제주해경 경비함정이 대기 중인 제주항으로 떠났다. 이들 실종자 가족들은 뒤늦게 제주에 도착한 실종자 가족 4명과 함께 제주항 제7부두에 정박 중인 해경 경비함을 타고 전날 135금성호가 침몰한 사고 해역으로 향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제발 살아있기를 바란다. 우리 가족들이 살아있다고 믿고, 한시라도 빨리 구조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색에 나서달라”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이날 실종자 가족은 수색상황을 전해들은 후 해경에 실종자 수색 상황과 사고 현장을 직접 보고 싶다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해역을 찾은 후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제주항으로 복귀, 다시 한림항 사고수습대책본부로 향했다.
'135금성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선원 12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은 이날 사고해역 중심으로 해상과 해안에서도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실날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경비함정에 오른 실종자 가족의 바람과 달리 실종자 발견 소식은 이날 오후 6시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사고 당시 바다 위에서 마지막까지 필사적으로 선원 구조에 나섰던 135금성호의 항해사 40대 이모씨도 이날 “실종된 선원들은 몇 년에서 몇 개월 동안 한솥밥 먹던 형, 동생 사이”라며 “올라 와야죠. 집에 가야 돼요. 올라올 거라 믿는다”라고 실종자 수색에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씨는 또 사고 당시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활동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저는 한 게 없다. 누구라도 다 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해경과 해군은 이날 135금성호의 정확한 위치와 침몰된 형태를 확인하기 위해 사고 지점에 해군의 원격조종 수중로봇(R.O.V: Remotely operated underwater vehicle)을 투입했다. 이 장비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깊은 수심에서 유실물을 탐색하고 인양하는 장비다. 해경 관계자는 “R.O.V 수중탐색 결과 135금성호의 선체는 뒤집히거나 기울어지지 않고 선박 바닥이 해저에 똑바로 안착한 상태로 추정된다”며 “또한 선박 앞부분 조타실에 어구(그물)가 수면 쪽으로 연결된 상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경과 해군은 R.O.V 수색 결과를 토대로 수중수색 계획을 마련하고, 수심 10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심해잠수사를 투입해 본격적인 수중수색에 돌입할 계획이다. 다만 심해잠수사 12명은 10일 밤 민간 구난업체 바지선과 함께 사고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안타까운 사고를 접한 실종자 가족에게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내 가족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구조 자원을 총동원해 실종자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일 오전 4시 31분쯤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135금성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다른 선단 어선의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사고 직후 주변에 있던 같은 선단 어선 2척이 135금성호 선원 27명 중 15명(한국인 6·인도네시아인 9)을 구조했지만, 이들 중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던 한국인 A(57)씨와 B(54)씨는 끝내 숨졌다. 나머지 선장 C(59)씨 등 선원 12명(한국인 10·인도네시아인 2)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해경은 135금성호가 운반선에 한차례 어획물을 옮긴 뒤 다음 운반선을 기다리던 중 그물이 있던 선체 오른쪽으로 기울다 순식간에 전복되면서 침몰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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