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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보유국 인정? 미국은 못한다, 트럼프라도” ‘한국통’ 미 싱크탱크 대표 [인터뷰]

입력
2024.11.11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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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 소장
“공백 상태 미 리더십, 세계 실망할 듯”
“새 짝 푸틴 찾은 김정은, 북미 회의적”
“한미동맹, 트럼프 정부보다 오래간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이 8일 미국 워싱턴 KEI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재회를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유인책이라면 별 효용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이 8일 미국 워싱턴 KEI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재회를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유인책이라면 별 효용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은 미 동맹국들에 기본적으로 악재가 되리라는 게 중론이다. 그가 외교를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거래(transaction)로 보기 때문이다. 거래에는 피아가 없다. 그러나 한미동맹은 예외일 공산이 크다는 게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의 주장이다.

1982년 한미관계만 담당하는 미국 첫 비영리 기구로 설립된 워싱턴 싱크탱크 KEI는 애초 경제에 한정됐던 연구 영역을 국가안보를 포함한 한미동맹 현안 전반으로 넓혀왔다. 올 4월 취임한 스나이더 소장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를 펴내는 미국 초당파 유력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에서 한미정책국장을 지낸 ‘한국통’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KEI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스나이더 소장은 “트럼프 행정부라도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국이 주도하는 국제 규범인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도 미국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한미동맹이 더 오래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11·5 미국 대선 승패를 가른 요인이 무엇일까.

“미국 대선 역사를 볼 때 재임 중 인플레이션(고물가)이 심했던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겪은 인플레이션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됐다. 경제가 개선됐지만 유권자는 체감하지 못했다. 비근한 예가 계란 값이다. 12개당 가격이 6달러(약 8,400원)에 이른다(평균 가격이 2019년 이후 약 80% 올랐다는 게 시장 정보 업체 분석이다). 3, 4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닭이 같은 알을 낳는데도 말이다.”

-전 세계가 이번 선거를 주목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세계보다 미국 내 이슈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의 국제 리더십은 약해질 것이다. 그는 고립주의자가 아니다. 미국의 입지 축소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역할 유지를 위해 자원을 투입하겠다는 의지가 약할 뿐이다.”

-실제 트럼프 당선자가 표방하는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특별한 역할을 담보해 온 전통적 ‘예외주의’(exceptionalism·선택된 국가라는 신념)와 어긋난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이 국제 경찰이 돼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미국이 이익을 얻을 수 없다면 국제사회 리더 노릇도 거부한다. 어떻게 하면 미국이 (다른 나라들로부터) 이용당하지 않고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느냐가 그의 최대 관심사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이 8일 미국 워싱턴 KEI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이 8일 미국 워싱턴 KEI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트럼프 집권 2기 정책 우선순위를 전망한다면.

“국내 문제에 우선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경제 성장 촉진과 정적을 겨냥한 보복에 한동안 집중할 듯하다. 대외적으로는 (고율) 관세 공약 실현도 추진할 텐데 어떤 방식일지 두고 봐야 한다. 트럼프 당선자가 가장 해결하고 싶어하는 것이 국경(불법 이민) 문제이지만 멕시코 정권이 협조적인 파트너는 아니다. 갈등이 예상된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하에 초당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중국과의 전략 경쟁을 이어 간다는 것 외에 트럼프 집권 2기 외교 정책과 관련한 다른 전략적 프레임워크를 짐작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게 스나이더 소장 얘기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따라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마땅한 미국 리더십이 공백(vacuum)만 만들어 내고 있다고 세계가 느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유럽과 중동의 전쟁에 전기(轉機)가 마련될까.

“트럼프 당선자가 약속대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종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러시아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중동의 경우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화해하게 만든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집권기 아이디어는 적어도 역내 분쟁을 유예하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란을 향한 경계와 우려를 공유하는 그런 접근이 지금은 오히려 분쟁을 키울 소지가 있다. 최근 사건(이스라엘의 친이란 무장 정파 하마스·헤즈볼라 수장 제거와 이후 공방) 때문이다.”

-미국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나.

“정치 보복은 미국 사회의 이념적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국 국민은 마지막 파이 조각을 놓고 싸우기보다 파이를 키워 모두의 몫이 커지기를 바라며 (트럼프 당선자에게) 베팅했다. 선거 결과는 확실해졌지만 집권 1기 때 확인했듯 트럼프 당선자의 통치 스타일은 불확실하다. 그는 (전략적 이익보다) 당장 전술적 이익 확보를 위해 불확실성을 활용하려 한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자가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할지 모른다는 염려가 한국 내에 적지 않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NPT의 유지·방어를 포기한다는 뜻인 만큼 미국 정부는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트럼프 당선자도 마찬가지다. 그가 뒷걸음질을 시도하면 실무 관료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재회를 위해 창을 열어 둘 수도 있지만, 북미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은 비관적이다. 김정은이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겪은 수모(북미 정상회담 협상 결렬)를 또 겪고 싶어할 리 없는 데다, 푸틴(러시아 대통령)이라는 새 파트너를 찾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도 강한 한미동맹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스나이더 소장은 “쉽지 않은 시간이 되겠지만 트럼프 행정부보다 한미동맹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KEI가 지난달 발표한 ‘한반도에 대한 미국인의 태도’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트럼프 지지자 68%, 해리스 지지자의 77%가 한미동맹이 국가안보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한국과의 교역이 이롭다고 대답한 이의 비율도 비슷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지, 대(對)멕시코 관계에 대해서는 공화·민주당 지지자 간 의견이 달랐지만 한국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초당적이었다”고 스나이더 소장은 말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트럼프 행정부에 어떻게 대비하면 될까.

“한국 기업이 투자를 통해 트럼프 당선자를 지지한 공화당 강세 주(州)에서 창출한 일자리나 지역사회와의 밀접한 관계는 2기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할 때 지렛대가 될 수 있다. 4년간 기반을 다진 미국 내 여론 지지, 정부 간 제도적 협력 메커니즘, 연방 의회와의 소통 등 세 가지가 계속 성장하도록 제반 여건(context)을 심화하는 게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도 한국이 대미 관계를 잘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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