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숭례문 앞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장외집회를 열었다. 지난 2일 집회에 이어 오는 16일에도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4개 야당과 공동 주최하는 3차 집회를 예고하는 등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내년도 나라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예산정국에 돌입한 상황에서 주말마다 대규모 장외집회에 당력을 쏟아붓는 게 제1당의 마땅한 역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표는 그제 집회에서 "제가 두 글자로 된 말을 차마 말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말한다"며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구한 것은 바로 민중과 국민, 우리 자신이었다. 이제 국민이 위임된 권력을 남용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됐다"고 했다. 이 대표는 '탄핵'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집회에 참여한 군소야당 지도부 인사들은 노골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과 정권 퇴진을 외쳤다. 김 여사 특검법 수용 촉구를 명분 삼아 시작된 장외집회가 사실상 윤 대통령 탄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통령 탄핵은 엄격한 법적 요건과 절차에 따라 절제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고 지난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의석수를 앞세운 야권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정파를 뛰어넘는 민심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성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지난달부터 "롱패딩을 준비하겠다"며 장외집회 장기화를 예고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건으로 1심을 앞두고 있는 이 대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 대표 선고와 무관하다지만 재판부 압박과 동시에 유죄 가능성에 대비한 지지층 결집을 위한 속내일 것이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고자 한다면 틈만 나면 정부와 사법부 압박을 위해 거리로 나가려고만 해선 안 된다. 국민이 우려하는 김 여사 문제와 고물가 등 민생 해결을 위해 국회에서 정부·여당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견제하면서 야당의 본분을 다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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