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야의정협의체가 오늘 출범한다. 2월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 공백 사태가 이어진 지 근 9개월 만이다. 하지만 명칭과는 달리 야당과 다수 의사단체는 불참한 채 반쪽 출발하는 개문발차(開門發車)다. 여야의정 모두 한 발짝씩 물러서 나머지 반을 서둘러 채워야 한다.
정부 대표자들은 당초 장관급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총리∙부총리급으로 격상됐다. 한덕수 국무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협의체에 참여한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3선의 이만희∙김성원 의원과 의사 출신 한지아(초선) 의원 등 무게감과 전문성이 있는 인물들을 대표자로 내정했다. 협의체에 그만큼 힘을 실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취지다.
관건은 의료계와 야당이다. 현재 의료계에선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두 곳만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결단으로 협의체 출범이 가능했던 건 사실이지만, 파업 당사자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참여 없이는 의미 있는 합의를 기대하긴 난망이다.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또한 전공의가 참여해야 협의체에 들어가겠다며 미온적 태도로 일관한다.
어제 의협이 '막말' 등 강성 일변도이던 임현택 회장 탄핵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의결한 건 좀 더 유연한 협상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아직 표면화하진 않았지만 전공의 복귀 움직임도 조금씩 감지된다고 한다. 정부∙여당도 이미 되돌릴 수 없는 ‘2025년 증원 철회’만 제외하면 전제 없는 논의를 강조하고 있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이런 민심 변화를 감안해 일단 협의체 안에서 싸우기 바란다. 마지막 수단마저 걷어차서야 어떻게 출구를 찾겠단 말인가.
야당도 더 이상 발을 빼선 곤란하다. 여야의정협의체를 먼저 제안한 것도, 의대 증원에 박수를 보낸 것도 민주당이다. 국민 생명이 걸린 이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선 정치 논리를 접고 수권정당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 아무런 해법도 없이 이대로 해를 넘기면 감당 불가능한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누구 하나의 책임이 아니라 여야의정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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